재계약이 불발됐다고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의 인연이 끊기는 건 아니다. KT의 원조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미국 마이애미 대저택에 동료들을 초대해 동계훈련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데스파이네는 2022시즌을 마치고 KT와 재계약에 실패하며 3년간의 수원 생활을 마감했다. KT는 작년 12월 10일 공식 SNS를 통해 “KT는 데스파이네 선수와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KT 창단 첫 우승과 함께 3년간 데스파이네가 보여준 팀에 대한 헌신과 노력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라고 공식 작별 인사를 했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을 앞두고 총액 90만 달러에 KT와 계약한 뒤 2년 연속 에이스를 담당했다. 첫해부터 무쇠팔을 뽐내며 207⅔이닝 소화와 함께 35경기 15승 8패 평균자책점 4.33으로 활약했고, 이듬해 110만 달러 재계약과 함께 33경기(188⅔이닝)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9로 마법사 군단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데스파이네는 KT 3년차를 맞아 135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지만 30경기(163이닝) 8승 12패 평균자책점 4.53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구위와 체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고,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⅔이닝 3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결국 2022시즌을 마치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KT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KBO리그 3시즌 통산 성적은 98경기(559⅓이닝) 36승 30패 평균자책점 4.07이다.
데스파이네는 한국을 떠나게 됐지만 KT 동료들에게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자택을 선뜻 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데스파이네가 고영표, 소형준 등 우리 선수들을 마이매미 저택으로 초대해 연습을 시켜준다고 들었다. 워낙 집이 커서 다른 메이저리그의 좋은 선수들도 함께 연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숙식도 제공해준다고 하니 좋은 기회다”라고 원조 에이스의 의리에 감탄했다.
실제로 KT 토종 원투펀치인 고영표와 소형준은 지난달 말 데스파이네의 자택으로 향해 스프링캠프 대비 개인 훈련을 진행 중이다. 고영표가 나흘 전 SNS에 소형준과 함께 인천국제공항 출국 사진을 게재했고, 소형준은 12월 31일 오드리사머의 자택 마당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데스파이네가 옛 동료들을 위해 직접 숯불에 고기를 굽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고영표, 소형준과 더불어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도 이들과 함께 마이애미로 향했다. 원태인은 지난달 “나 또한 올 겨울 해외 개인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었는데 (고)영표 형과 (소)형준이가 데스파이네의 소개로 마이애미에 간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 네스토 모레노 전 트레이닝 코치는 개인 SNS에 데스파이네, 고영표, 소형준, 원태인, 아롤디스 채프먼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게재하기도 했다.
고영표, 소형준, 원태인 3인방에게 2023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소속팀은 물론이고 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9월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남다른 시즌 준비가 필요했는데 친구를 잘 둔 덕에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훈련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재계약 실패에도 옛 동료들을 챙기는 데스파이네의 특급 의리가 하나의 미담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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