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좌완 투수 오세훈(24)이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2이닝 퍼펙트 호투로 첫 승을 거뒀다. 좌완 불펜이 부족한 한화의 새로운 카드로 기대감을 높였다.
오세훈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 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호주프로야구(ABL) 7라운드 시드니 블루삭스전와의 4번째 경기에서 6회 구원등판,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았다.
시드니의 1~6번 타자들을 26개의 공으로 정리했다. 6회 제이콥 유니스를 몸쪽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 잡은 뒤 트렌트 디안토니오를 1루 뜬공, 새미 시아니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삼자범퇴했다. 7회에도 데이비드 칸딜라스를 유격수 땅볼, 제이스 보웬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이어 에르니 오도네즈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지만 펜스 앞 중견수 뜬공 아웃되면서 2이닝 퍼펙트로 마쳤다.
총 투구수 26개로 스트라이크 19개, 볼 7개. 최고 142km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시드니 타선을 압도했다. 질롱이 7회 오장한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2-1 승리를 거뒀고, 오세훈은 구원승으로 호주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오세훈은 지난달 26일 한화의 질롱 파견 후발대 7명 중 한 명으로 호주에 갔다. 첫 등판이었던 30일 시드니전은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고전했지만 두 번째 등판은 완전히 달랐다.
전북 고창에 있는 영선고 출신 좌완 투수 오세훈은 사연이 많다.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뒤 독립야구단 고양 위너스에서 1년을 뛰다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전역 후 다시 고양을 거쳐 두산에 테스트를 받고 육성선수로 어렵게 프로에 발을 내딛었지만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두산에서 퓨처스리그 6경기(5⅔이닝) 1승1홀드 평균자책점 7.94에 그쳤다.
‘이 길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좌절했지만 가족들의 지지를 받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했다. 다시 고양으로 돌아간 오세훈은 SSTC 야구과학연구소에서 구속 향상 트레이닝을 받아 직구 평균 구속을 2Km 끌어올렸고, 한화 눈에 띄어 지난해 5월말 육성선수 계약을 했다. 한화에 와서 최원호 퓨처스 감독, 박정진 투수코치의 조련아래 구속이 2km 더 빨라져 144km까지 뿌렸고, 실전 경험을 통해 타자 상대 요령도 터득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25경기에서 1승4홀드 평균자책점 4.03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9이닝 동안 삼진 38개를 잡으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시즌 후에는 1군 마무리캠프에도 합류했다.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질롱에도 파견되면서 한화의 새로운 육성 카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는 김범수, 정우람 외에 믿고 쓸 만한 좌완 불펜 자원이 부족해 오세훈이 성장하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화에는 오세훈과 같이 영선고를 다닌 친구 윤산흠이 있다. 윤산흠도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한 뒤 독립리그를 거쳐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2년 만에 방출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다시 독립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며 2021년 6월 한화와 육성선수 계약을 했고, 퓨처스리그에서 육성 과정을 보낸 뒤 지난해부터 1군 투수로 성장했다. 오세훈은 “산흠이처럼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를 갖고 한다. 1군 전광판에 이름을 올려 사람들에게 나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