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략을 내놓을까?
이강철(56) WBC 감독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선수들과 소통도 잘하고 살뜰하게 잘 챙긴다. 선수들이 좋아하는 유형의 감독이다. KIA 시절 후배이자 제자인 양현종이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평생 스승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KT 첫 우승도 그런 소통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했고 선수들을 하나로 모은 결과였다.
그렇다고 유들유들하지만은 않다. 불같은 승부사 기질도 다분하다. KIA 코치시절 대선배 선동열 감독의 품을 떠나 야구 유랑에 나선 것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 결정이었다. KIA에 있었다면 감독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야구를 보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후배들인 염경엽과 김태형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하며 자신만의 야구철학을 쌓았다.
사전 경기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운영 계획을 짠다. 경기 도중 머리회전이 빠르고, 순간 대처 능력도 뛰어나다. 선수별, 상황별로 유연한 대처를 한다. 특히 10년 연속 10승을 따낸 대투수답게 투수들의 구위와 교체 타이밍을 잘 잡는 편이다. 대타와 작전 등 승부수도 확실하게 띄운다. 그렇게 한국시리즈 우승 헹가래를 받았고 WBC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다.
이강철 감독은 고민이 크다. 역대 WBC 대표팀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를 모르지 않는다. 마운드, 공격력 모두 예전과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역대 최강의 드림팀을 구성한 일본,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전력임에는 분명하다. 약체팀을 가지고 성적을 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만일 1라운드에 탈락한다면 대참사이다. 최소한 8강까지는 진출해야 체면을 세울 수 있다.
조별리그 1라운드에서는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갖는다. 일본과 14년 만에 한일전을 갖는다. 막강 전력을 갖춘 일본 보다는 호주에 전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게 덜미를 잡히면 2라운드행이 어렵다. 직접 조만간 전력분석팀과 함께 호주로 건너가 전력분석을 할 계획이다.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통과하면 일본과 4강전에서 격돌한다.
WBC 대회는 투수진 구성과 운영이 핵심이다. 투구수와 연투 제한이 있어 계투책을 잘 짜야 한다. 활용폭이 넓어지는 언더핸드 투수들을 포함해 이강철표 계투 방정식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잘게 잘게 끊어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젊은 선발투수를 내세워 3이닝 정도로 막고, 베테랑들을 불펜투수로 활용하겠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내놓았다.
이강철 감독은 8강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만일 일본과 4강전에서 만나면 건곤일척의 승부을 벌일 것이다. 지면 탈락이고 이겨야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다. 외형적으로 열세가 분명한 일본전에서 이 감독의 어떤 지략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제 국제무대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