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41)의 메이저리그 시절 동료도 은퇴했다. 지난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이대호와 함께한 사이드암 투수 스티브 시섹(37)이 유니폼을 벗는다.
시섹은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 매체 ‘본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현역 은퇴를 알렸다. 시섹은 “은퇴할 시간이 됐다. 다시 경기를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예전 같은 날카로운 공이 나오지 않는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0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에서 데뷔한 198cm 장신 사이드암 투수 시섹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애틀 매리너스, 탬파베이 레이스, 시카고 컵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LA 에인절스를 거쳐 올해 워싱턴 내셔널스까지 8개 팀을 거치며 메이저리그 13시즌을 보냈다.
통산 737경기를 모두 구원등판한 시섹은 33승43패133세이브109홀드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710⅔이닝 동안 탈삼진 743개. 빠른 공은 아니지만 까다로운 팔 각도에서 싱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며 불펜투수로 롱런했다.
2013~2014년 마이애미에서 마무리로 2년 연속 30세이브(34개·39개)를 기록했다. 2016년 시애틀에서도 25세이브를 거두면서 뒷문을 책임졌다. 당시 시애틀의 늦깎이 신인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룬 이대호와 한솥밥을 먹었다. 두 선수는 쉬는 날 같이 골프를 치러 갈 정도로 잘 어울렸다.
시섹은 지난해에도 워싱턴에서 69경기(66⅓이닝) 1승4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21 탈삼진 74개를 기록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이지만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해 10월5일 뉴욕 메츠전 당일 아침에 일어날 때 목에 뻣뻣함을 느꼈고, 이때 마음속으로 은퇴를 생각했다. 이날 5회 구원으로 나선 시섹은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커리어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13년간 무려 8개 팀을 오간 저니맨이었던 시섹은 “언젠가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는 것을 꿈꿨지만 실현될 기회가 없었다”며 고향팀에서 뛰어보지 못한 것을 내심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불평할 게 없다. 난 좋은 커리어를 쌓았다. 대단한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라를 위해 던진 것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추억도 떠올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