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10월 31일 미디어데이에서 엔트리 구상을 놓고 고심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마지막 1~2자리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막차를 탄 선수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으나 "힘이 좋은 타자"라고 여지를 남겼다. 외야수 하재훈이 그 주인공이었다.
해외파 출신 하재훈은 2019년 투수로 SK에 입단해 36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는 게 어려웠고 타자로 전향했다. 물론 마이너리그 시절 외야수로 뛰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적응 속도는 빨랐다. 올 시즌 60경기에 나서 타율은 2할1푼5리(107타수 23안타)에 불과했으나 6홈런을 터뜨렸고 13타점을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 1타수 무안타 1득점을 남긴 그는 시즌이 끝난 뒤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호주 프로야구 질롱 코리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타자 전향 첫해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야 했으나 팀 사정상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질롱 코리아에서 마음껏 뛰면서 감각을 쌓으라는 구단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 중이다. 하재훈은 30일 현재 1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1리(56타수 18안타) 9홈런 14타점 13득점을 기록 중이다. 팀내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생산하며 "힘이 좋은 타자"라는 김원형 감독의 평가가 틀리지 않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5월 24일 문학 롯데전에서 타자 전향 후 첫 홈런을 터뜨린 뒤 "세이브왕은 지나간 일이다. 앞으로는 홈런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 성격상 투수보다 타자가 더 맞는 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셈.
호주 프로야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고 KBO리그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건 타자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점이다. 질롱 코리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짧은 휴식 후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누구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는 하재훈. 열심히 땀 흘린 그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