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춘이’라는 별명으로 KBO리그에 잘 알려진 추억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45)이 호주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KBO 유망주들로 구성된 질롱 코리아를 상대로 호투하며 나이를 무색케 했다.
호주프로야구(ABL) 시드니 블루삭스에 소속된 옥스프링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질롱 코리아전에서 3회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선발투수 코엔 윈이 3회 박찬혁에게 만루 홈런을 맞는 등 2⅔이닝 8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뒤 옥스프링이 호출됐다.
후덕해진 얼굴과 뱃살로 세월의 흔적을 감추지 못했지만 옥스프링의 투구는 살아있었다. 4회 하재훈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게 유일한 실점으로 3⅓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했다. 경기는 질롱이 9-5로 이겼지만 옥스프링의 투구는 꽤 인상 깊었다.
최고 구속은 138km에 그쳤다. 대부분 공이 130km 안팎에 형성됐지만 빠른 투구 템포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안정된 좌우 코너워크와 변화구 위주 승부로 KBO리그의 유망주들을 잠재웠다. 3구 삼진만 3개나 될 정도로 허를 찌르는 볼 배합도 돋보였다. 송찬의(LG), 김규성(KIA), 오장한(NC) 등 유망주들이 옥스프링의 변화구에 헛스윙하기 바빴다.
지난 2019~2020시즌 호주리그를 끝으로 선수 커리어를 마감한 것으로 보였던 옥스프링. 하지만 지난 9월 다시 시드니 선수로 등록하며 현역 복귀를 알렸다. ABL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옥스프링은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돼 흥분된다.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길 기대한다”며 3년 만의 복귀에 설렘을 나타냈다.
토니 해리스 시드니 감독은 “옥스프링은 메이저리그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경험이 많은 투수다. 우리 팀에 가져올 유무형적인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고 기대했다. 옥스프링은 미국 MLB, 일본 NPB, 한국 KBO리그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투수 중 한 명이다.
1977년생으로 만 45세 나이와 3년 공백이 무색할 만큼 옥스프링은 시드니 주축 투수로 활약 중이다. 이날까지 올 시즌 9경기 모두 구원등판하며 1패1홀드를 거둔 옥스프링은 23⅓이닝을 던지며 22피안타(3피홈런) 7볼넷 25탈삼진 7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하고 있다.
옥스프링은 지난 2007년 7월 LG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2008년 너클볼을 던지며 화제가 된 옥스프링은 10승을 따내며 LG의 에이스로 자리잡았지만 2009년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한국을 떠났다. 이후 호주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2013년 롯데와 계약하며 KBO리그에 복귀했다.
2013~2014년 롯데, 2015년 KT에서 KBO리그 커리어를 이어가며 5시즌 통산 136경기(807⅓이닝) 49승40패 평균자책점 3.90 탈삼진 567개의 성적을 남겼다. KT 창단 첫 두 자릿수 승리(12승)를 거뒀지만 많은 나이로 인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롯데로 돌아가 2016~2018년 1~2군을 오가면서 투수코치를 지냈다. 2019년 프리미어12 호주 대표팀 코치로 다시 한국을 찾기도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