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야구’를 펼치기 위한 과도기를 혹독하게 겪었다. 체질 개선을 이끌어 줄 화려한 코치진까지 갖췄다. 롯데는 과연 그토록 바라던 빠른 야구를 온전하게 펼칠 수 있을까.
롯데는 기동력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선수단으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구단의 방향성이 운동 능력과 기동력에 중점을 뒀고 래리 서튼 감독도 이러한 구단의 방향성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다. 여기에 정수근, 이용규, 박해민, 김상수, 신윤후 등 ‘도루왕 조련사’로 명성을 날린 김평호 코치까지 1군 주루코치로 영입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올해 뚜껑을 열자 기동력 야구를 뜻대로 펼치지 못했다. 롯데의 발야구는 황성빈, 박승욱, 고승민 등 구단의 방향성을 녹여낼 선수들이 라인업에 등장했지만 기동력 야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올해 롯데는 100번의 도루 시도를 했고 61차례를 성공했다. 성공률은 61%. 도루 시도는 전체 9위였고 성공 횟수와 성공률은 최하위였다. 안 뛰는 게 나을 정도의 성공률이었다. 선수단이 어려지면서 필연적으로 따라온 경험 부족의 리스크도 감수해야 했다. 올해 롯데의 뛰는 야구는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
그러나 롯데는 현재의 방향성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다. 기존의 선수단에 기동력을 더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시도되려고 할 것이다. 도루 뿐만 아니라 과감하게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는 바뀌지 않는다.
변화도 줬다. 내년부터는 2군에 머물고 있던 KBO리그 역대 최다 도루(549개)를 기록한 전준호 코치가 1군 외야 코치로 이동했다. 전준호 코치는 3루 코치를 맡게 되고 올해 3루 코치로 있었전 김평호 코치가 1루 코치로 자리를 옮긴다. 올해 3루에서 누상의 주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었던 주루 코치인 김평호 코치가 이제 1루에서 온전히 주자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역대 최고의 도루왕, 그리고 역대 최고의 도루왕 조련사가 의기투합하게 된 것. 이미 2017년 NC에서 함께 호흡한 바 있고 당시 NC는 93도루로 리그 2위, 74.4%의 도루 성공률로 리그 1위를 차지하는 발야구를 펼친 바 있다.
발야구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이제는 올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피드백은 필수적이다. 올해는 서튼 감독이 주도적으로 작전을 담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는 게 수치로 드러났다. 현장 코칭스태프 간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내년에는 주루 전문가인 코치진의 의견이 개입되어야 할 때다. 뛰어야 할 때와 뛰지 말아야 할 때의 타이밍을 잡는 것은 그라운드에 있는 코치들과 유기적인 소통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연 롯데는 발야구의 과도기를 끝내고, 족쇄를 벗어던지고 달려나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