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힘든 줄도 몰랐어요."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도규(24)는 올해 다양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접전 상황에서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도맡았다. 55경기 51이닝 4승 4패 3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71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상 필승조에 가까운 역할을 맡으며 롯데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팔꿈치에 뼛조각을 안고 투혼을 선보였다. 통증 때문에 패스트볼 구속이 130km 후반대에서 140km 초반대에 머무는 악조건이 있었지만 김도규는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그는 "2021년 여름에 뼛조각을 알았다. 하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통증이 점점 생겼다"라며 "수술을 좀 더 빨리 받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성적이 워낙 좋아서 중간에 포기하기 아쉽더라. 그래서 트레이닝 파트와 고민해서 몸을 잘 만들어서 다시 해보자고 결정했다'라고 되돌아봤다.
8월 중순, 약 열흘 간의 기간은 올해 김도규의 한 시즌을 축약한 기간이었다. 8월10일부터 19일까지, 김도규는 열흘 간 7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뼛조각 제거 수술을 고민하다가 다시 1군에 올라왔던 시기였다.
그런데 김원중의 코로나19 확진, 최준용의 팔꿈치 통증 등으로 가용자원 자체가 적어지자 계속 마운드에 모습을 비췄다. 10~12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3경기 연속 등판해 모두 세이브를 수확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14일 광주 KIA전 홀드, 17일 사직 두산전 구원승, 18일 사직 KT전 홀드를 수확했다. 그리고 19일 다시 한 번 3연투 상황에 등판해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김도규는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내 몸 상태가 좋지도 않았는데 힘든 줄도 몰랐다. 어떻게 던져도 점수를 주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던지다 보니까 계속 나가고 싶었다"라면서 "나는 많이 나가는 게 좋다. 계속 불펜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마운드에 나가야 좋은 체질인 것 같다"라고 웃었다.
접전 상황과 위기 상황에서 자주 등판했고 그 상황들을 이겨내며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은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올해 김도규는 50이닝 이상 던진 구원 투수들 가운데 승계주자 실점율에서 7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등판 상황에서 35명의 주자가 누상에 있었지만 단 8명만 홈으로 들여보냈다. 확률로는 22.9%. 물려받은 주자 숫자도 전체 8번째로 많았다.
그는 "작년에는 완전 바닥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시작했는데 올해 접전 상황에 많이 등판하면서 재밌었던 것 같다. 접전 상황에서 던지는 게 막았을 때 쾌감이 워낙 좋다. 접전 상황의 부담감은 전혀 없다"라며 위기 상황을 즐기는 강심장의 기질을 갖췄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는 팔꿈치 뼛조각 통증을 안고도 자랑스러운 성적을 올렸다. 경험까지 갖추고 깨끗해진 팔꿈치로 던질 다음 시즌은 스스로도 기대될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19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김도규는 "구속이 떨어졌지만 오히려 많이 배웠다. 공이 무조건 빠르다고 타자를 잡는 것도 아니고, 스피드가 안나온다고 해도 맞는 것도 아니다. 볼카운트 싸움과 컨트롤, 변화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라며 "올해는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잡고 들어가고 스플리터 비중도 늘리면서 유리해진 것 같다. 또 불펜에서 타자들의 반응을 보고 어떤 공을 던질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제 올해 타자와 싸우는 법을 좀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재활을 잘 해서 구속이 좀 더 올라가면 타자를 상대하는 게 좀 더 재밌고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항상 아쉽다. 이제 재활 하면서 내년만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김도규다. 목표는 '마당쇠'라는 별명에 걸맞는 목표다. 그는 "올해 60경기 60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내년 목표도 똑같다. 재활이 잘 되면 1월에는 캐치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프링캠프에 따라가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