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도 아름답지만…이제 주전 노릴 것” 만년 언성히어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오!쎈 수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2.26 19: 36

“이제는 저도 주전을 한 번 노려보려고요.”
송민섭(31)은 KT 위즈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다만 다른 주전들처럼 화려한 빛을 내진 못한다. 2014년 육성선수로 마법사 군단에 합류한 이래 백업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2013년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한 22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수가 바로 송민섭이다.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송민섭은 내년에도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2023시즌도 여느 때처럼 백업이 예상되지만 그에게 신분은 중요한 게 아니다. 송민섭은 “이제 다시 야구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하는 시기가 왔다. 내년 시즌을 위해 경기장에 나와 열심히 개인 운동을 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KT 송민섭 / OSEN DB

송민섭은 선린인터넷고-단국대를 나와 2014년 육성선수로 KT의 일원이 됐다. 실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특유의 근성과 악바리 기질을 앞세워 1년 만에 정식선수 등록됐고, 매 순간 성실한 태도로 입단 후 7년이 지난 지금 외야 백업 1순위로 1군에 정착하는 선수가 됐다.
송민섭의 1군 통산 기록은 535경기 타율 2할1푼7리(277타수 60안타) 1홈런 20타점 23도루 111득점. 경기수보다 적은 타수에서 대수비, 대주자가 그의 주 역할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백업계에서는 송민섭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 그는 2019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했고, 2021시즌 우승반지도 거머쥐었다.
KT 선수단은 송민섭을 대체 불가라 말한다. 이강철 감독은 특유의 성실한 태도와 궂은일을 마다 않는 적극성을 높이 평가하며,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그 누구보다 파이팅을 외치는 그를 통해 힘을 얻는다. 경기장에서 직접 보여주는 허슬플레이는 기본이다.
KT 송민섭 / OSEN DB
송민섭은 “사실 내 역할이 쉬운 건 아니다. 교체로 출전해 좋은 결과를 내면 본전이고, 그렇지 못하면 인정을 못 받는다. 그런데 선발로 몇 번 나가보니 그것만큼 행복하고 편한 게 없더라. 프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회다”라고 털어놓으며 “그러나 팀을 위해 희생하는 건 당연하다. 프로 커리어를 되돌아보면 뜻 깊고 행복한 순간이 많았다. KT라는 팀을 향한 애정도 크다”라고 백업 생활의 장단점을 전했다.
어느덧 내년이면 데뷔 9년차를 맞이하는 송민섭. 2023시즌에는 백업이 아닌 주전 한 자리를 꿰차는 게 목표다. KT 외야에는 이미 배정대, 앤서니 알포드, 조용호, 김민혁 등 주전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지난 8년간의 백업 생활을 통해 주전을 향한 갈망이 커졌다. 올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출전을 통해 강한 경쟁의식도 생겼다.
송민섭은 “내 꿈은 백업 중에서 살아남는 게 아니었다. 주전을 하기 위해 매년 열심히 야구를 했다”라며 “내년만큼은 주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번 겨울 평소보다 운동도 일찍 시작했다”라고 새로운 목표를 넌지시 밝혔다.
다만 목표가 바뀌었다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팀을 위해 뛰겠다는 언성 히어로의 희생정신은 그대로다. 송민섭은 “목표는 저렇게 말했지만 난 항상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싶다. 또 열심히 살고 싶다. 내년에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모든 수치를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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