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배고프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선빈(33)은 2022시즌 주장이었다. 2008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완장을 찼다. 나이를 감안하면 다소 늦었다. 데뷔할 때부터 주변을 살뜰하게 챙기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톡톡 튀는 젊은 세대였다. 호랑이 같았던 김종국 방장(현 감독)에게 가끔 교육을 받았다.
이제 주장을 맡았으니 선후배를 챙기는 것부터였다. 스타일에 맞지 않을 것 같았는데 곧잘 했다. 자신도 놀랐던 모양이다. 시즌 도중 인터뷰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들던대요"라며 웃었다. 캡틴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힘들었던 5강 싸움에서 이기고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김선빈이 2023시즌에도 캡틴을 이어갈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선후배들이 계속 해달라는 이야기만 나왔을 뿐 최종 확정하지는 않았다. 내년 2월 스프링캠프 직전 혹은 첫 날에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캡틴을 비롯해 그에게는 2023시즌이 할 일이 많고 중요하다.
프로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FA 자격이 또 얻는다. 2019시즌을 마치고 4년 40억 원에 첫 번째 계약을 했다. 3년동안 모범적으로 활약했다. 첫 해는 85경기 351타석에 그쳤지만 1군에 147일 등록일수를 소화했다. 2021년 가장 많은 564타석을 소화하며 유일하게 3할타율(.307)을 기록했다.
2022시즌도 140경기 587타석을 뛰었다. 가장 많은 경기와 타석을 소화했다. 3할 타율을 기대 모았으나 2할8푼7리에 그쳤다. 61타점, 51득점을 올리며 타선의 힘이 되었다. 유격수 골든글러브(2017년)에 이어 풀타임 2루수로 골든글러브에 도전했으나 2년 연속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3시즌을 잘 소화한다면 모범 FA로 인정받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웃을 수 있다. 정교한 타격과 높은 출루율, 2루수로 내구성을 갖춘 만큼 무난하게 계약을 할 수 있다. 3할 타율에 성공한다면 2루수 골든글러브에 삼세판 도전할 수 있다. 올해처럼 와일드카드 결정전 하루짜리 가을야구가 아닌 찐한 가을도 느끼고 싶다.
2009년 입단할 때만해도 작은 키(164cm) 탓에 방망이를 제대로 돌릴지 걱정을 안겼던 루키였다. 탁월한 재능과 노력으로 2017년 타격왕에 올랐고 주장에 이어 두 번째 FA 자격까지 앞두고 있다. 군입대 1년을 제외하고 14시즌 통산 타율 3할2리이다. 34살이 되는 모범생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