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 자리에 선수들이 몰리고 있다. 불안한 수비가 개선되지 않은 후폭풍이라고도 분석할 수 있다. 그래서 롯데의 주전 1루수는 누가 되는 것일까.
롯데의 주전 1루수 자리는 최근 정훈이 담당했다. 하지만 정훈이 올해 부상 등으로 제 컨디션을 못 찾았다. 정훈은 올해 91경기 타율 2할4푼5리(294타수 72안타) 3홈런 32타점 OPS .620의 성적에 그쳤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시즌 후반에는 선발 출장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현재 롯데 선수단 구성상 정훈만큼 1루 수비력을 갖춘 선수가 전무하기에 어떻게든 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정훈이 자주 나서지 못하면서 1루수로 나서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내외야에서 아쉬운 수비력을 선보인 선수들이 1루수로 대거 몰렸다. 현재 1루수 과포화 상태다. 라인업의 타격 생산력을 극대화하고 불안한 수비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선수들이 올해 많은 선수들이 1루수에 나섰다.
은퇴한 이대호를 제외하고 1루수로 나선 선수는 총 9명. 우선 주전 1루수였던 정훈이 가장 많은 77경기(74선발) 614⅔이닝으로 나섰다. 그 다음이 주전 2루수인 안치홍이 1루수로도 40경기(24선발) 235이닝을 소화했다. 그 뒤를 이호연 39경기(13선발) 155이닝을 뛰었고 김민수가 17경기(10선발) 92이닝을 책임졌다. 좌익수 전준우도 올해 1루수로 12경기(9선발) 71⅓이닝을 뛰었다. 윤동희가 4경기, 한동희, 추재현, 잭 렉스가 1경기 씩 나섰다.
올해 롯데는 114개의 실책을 범했다. 최다 실책 6위로 중위권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처리한 확률을 의미하는 지표, DER(수비 효율, Defense Efficiency Ratio)은 .649로 리그 최하위였다. 실책에 비해서 롯데 수비가 불안했던 건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었다.
이전보다 1루 수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1루 수비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 불안한 수비를 보여준 선수들이 1루수로 나서는 빈도가 많아지면 누구를 1루수로 정해야 할지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정훈의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고 수비 불안까지 겹친다면 내야진 재편의 도미노가 1루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FA로 합류한 노진혁이 유격수로 나서면서 3루수 한동희와 2루수 안치홍의 수비력이 개선된다면 더 이상의 변수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정훈이 1루로 나서며 수비 안정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3루 한동희와 2루 안치홍이 모두 불안하다면 구상은 꼬이게 된다. 이들 모두 1루수로 나서는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동희가 1루수로 옮길 경우 이학주가 유격수, 노진혁이 3루수로 나서는 라인업이 등장한다. 안치홍이 1루로 나선다면 김민수, 박승욱 등이 2루수로 나서야 한다.
또한 전준우, 렉스, 고승민, 황성빈, 안권수, 신용수 등의 외야진 가운데 수비력 강화와 재편을 위해 전준우를 올해보다 자주 1루수로 기용할 수 있다.
수비 불안은 1루수 과포화 현상을 가져왔고 결국 내년 주전 1루수도 당장 누가 나서야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과연 롯데의 주전 1루수로 누가 낙점을 받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