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야구의 포수 기피 현상은 이제 옛말이다. 프로에서 잇따라 FA 대박을 치는 포수들이 탄생하면서 유소년 야구 또한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박 FA 계약을 두 차례나 체결한 양의지(두산)를 보며 포수 마스크를 택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도곡동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제6회 이만수 포수상 및 홈런상 시상식에서 고교 포수랭킹 1, 2위를 다투는 엄형찬(캔자스시티 로열스)과 김범석(LG 트윈스)이 나란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선수 모두 이만수 포수상을 받아도 무방했지만 엄형찬이 포수상, 고교야구 나무배트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10홈런을 친 김범석이 홈런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처음 포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조금은 달랐다. 엄형찬의 경우 포수 출신인 부친 엄형찬 경기상고 배터리코치의 영향이 컸다. 그는 “아버지가 포수라 자연스럽게 포수 포지션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라며 “물론 아버지는 포수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스타일이다. 포수에 재미를 느껴서 계속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범석은 외부 영향보다 본인이 스스로 포수의 재미를 느낀 케이스다. 그는 “초등학교 때 포수를 하다가 중학교에서는 2학년 때까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었다”라며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는데 내 리드대로 투수가 던져서 아웃을 잡고 경기에서 이겼을 때 희열이 너무 좋았다. 포수라는 포지션에 재미를 느끼고 사랑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두 선수의 롤모델은 같았다. 지난달 중순 4+2년 총액 152억원에 두산과 FA 계약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였다. 엄형찬은 “어릴 때부터 양의지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았다”라고 말했고, 김범석 또한 “양의지, 박동원(LG) 선배님을 보면서 좋은 점을 따라하고 있다. 향후 양의지 선배님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KBO리그에서 포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지만 그 투수를 이끄는 선수가 바로 포수다. 이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양의지(4+2년 152억원, 두산), 유강남(4년 80억원, 롯데), 박동원(4년 65억원, LG), 박세혁(4년 46억원, NC) 등 FA 포수들이 모두 잭팟을 터트렸다. 포수의 중요성을 인지한 4개 구단은 무려 343억원을 투자해 안방을 보강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리그의 넘버원 포수 양의지다. 양의지의 경우 2019년을 앞두고 4년 총액 125억원에 NC로 향한 뒤 다시 친정 두산의 부름을 받아 4+2년 152억원의 두 번째 잭팟을 터트렸다. 이번 이만수 포수상 시상식을 통해 그의 최근 4년간 행보가 아마추어 야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이 가능했다.
이만수 포수상을 제정한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또한 포수의 가치 상승이 반갑다. 이만수 이사장은 “343억원이라는 금액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구단, 현장, 선수들이 포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라며 “내가 현역 시절만 해도 포수의 가치가 정말 없었지만 지금은 아마추어에서 서로 포수를 하겠다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포수 출신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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