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받기 전에 제 이름부터 알 수 있게…”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투수 김서현(18·한화)은 스리쿼터, 사이드암을 오가는 투구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고(故) 최동원을 따라 쓰는 금테 안경부터 대부분 투수들이 선발을 꿈꾸는 것과 달리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남다르다.
한화에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신인 지명 이후 한 방송에 나온 김서현이 인물 퀴즈 게임에서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의 사진을 보고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한 것.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한화의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최재훈을 몰라봤다.
최재훈은 모르고 있었는데 동료 선수들이 영상을 보여줘 알았다. 지난달 대전 마무리캠프에서 김서현을 마주한 최재훈은 유니폼 등 뒤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여주며 “내가 포수”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최재훈은 “아직 서현이 공은 받아보지 못했다. 공을 받기 전에 제 이름부터 알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아서 포수라고 말해줬다. 뒤끝은 없다”며 웃은 뒤 “이런 선수가 야구 잘한다. 야구는 똑똑한 선수들보다 독특한 선수들이 더 잘한다. 서현이를 보니 잘할 것 같다. 앞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서울고 출신 우완 김서현은 188cm 91kg 큰 체구에서 최고 구속 156km까지 던진 파이어볼러. 청소년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1년 먼저 입단한 ‘158km 괴물 투수’ 문동주와 같은 계약금 5억원으로 높은 기대를 받는다. 문동주보다 투수 구력이 오래돼 즉시 전력으로도 평가된다.
마무리캠프에서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실전 경기는 아니지만 불펜 피칭으로 최고 152km를 던졌다. 두 눈으로 직접 김서현을 본 수베로 감독은 “내년부터 바로 1군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좋은 무기를 갖고 있다.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변화구도 생각보다 좋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김서현의 내년 보직을 선발보다 불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수 본인이 원하기도 하지만 당장 퍼포먼스를 내는 데 있어선 선발보다 불펜이 적합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안우진(키움)처럼 불펜으로 시작해 경험을 쌓고 향후 선발로 안착한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김서현의 자리가 불펜으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내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훈련을 통해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한다. 어느 보직이든 첫 해부터 1군 전력으로 기대받는 건 틀림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