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25번을 계속 달고 있었다면 과거 추신수가 이태양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유찬 또한 양의지의 선물을 기대할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이유찬은 “전혀 아깝지 않다”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22일 4+2년 총액 152억원에 친정 두산에 복귀한 양의지의 등번호가 25번으로 결정됐다. 25번은 양의지를 상징하는 배번이다. 양의지는 과거 두산 시절 물론 NC, 국가대표팀에서 줄곧 2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안방을 지켰다. 그리고 운 좋게도 2022시즌 종료 후 두산 25번이 공석이 되며 큰 어려움 없이 원래 번호를 되찾게 됐다.
지난 2019년 양의지가 NC로 떠난 뒤 두산 25번은 매 년 주인이 바뀌었다. 2019년 두산에서 현역을 연장한 배영수(현 롯데 코치)가 삼성 시절 달았던 25번을 새겼고, 배영수의 은퇴 이후 최주환의 FA 보상선수로 합류한 강승호도 한때 25번을 달았다.
올해 두산 25번의 주인은 군에서 돌아온 내야수 황경태였다. 그러나 황경태가 6월 초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25번이 다시 공석이 됐고, 시간이 흘러 9월 전역한 내야수 이유찬이 25번을 새기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KBO리그 스타플레이어들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팀에 이적할 경우 자신이 오랫동안 달았던 등번호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번호를 가져온다. 작게는 식사 대접부터 크게는 고가의 선물까지 보상도 뒤따른다. 추신수는 과거 SSG 복귀와 함께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이태양에게 명품시계를 선물하며 양보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물론 장담할 순 없지만 이유찬 또한 양의지로부터 그 못지않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유찬은 마무리캠프 시작과 함께 구단에 등번호 변경을 요청했다. 양의지의 두산 복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는 그렇게 25번을 버리고 2017년부터 2년 동안 달았던 7번을 선택, 양의지의 25번 무혈 입성이 이뤄졌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이유찬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25번은 전역 당시 두산의 남은 번호 중 하나였고, 일찌감치 시즌 종료 후 번호를 바꿀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는 “(25번을 버린 게) 전혀 아깝지 않다. 나 또한 원하는 번호를 달 수 있게 돼서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이유찬은 왜 7번을 택했을까. 그는 “이승엽 감독님이 7이라는 숫자를 좋아하셔서 77번을 선택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7번을 달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7번 주인이었던 (권)민석이도 번호를 바꾼다고 해서 7번을 바로 골랐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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