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40)는 현역 시절 삼진을 쉽게 당하지 않는 타자로 이름을 알렸다. 이런 이대호에게 한 경기 4삼진의 굴욕을 안긴 투수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동일본스포츠’, ‘풀카운트’ 등 일본 언론들은 23일, ‘가네코 치히로(39)가 삿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네코는 ‘올 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오릭스에서 입단해 18년. 이렇게 야구를 오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통증에도 18년 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잘 케어를 해준 트레이너들과 강화 운동을 시켜준 코치들 덕분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가네코는 현역 은퇴 이후 니혼햄 구단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코치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가네코는 일본 사회인야구 도요타 자동차 출신으로 2004년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했다. 2006년 1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17시즌 통산 387경기 2025⅔이닝 130승 94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08, 172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2018년까지 13시즌 동안 오릭스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두 자릿수 승리를 7시즌이나 기록했다. 2014년에는 191이닝 16승5패 평균자책점 1.98 탈삼진 199개를 기록했다. 이 해 다승,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일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의 영광을 안았다. 오릭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였다.
150km의 강속구에 최대 8개의 구종을 던지는 등 진정한 팔색조 피칭으로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오릭스 시절 말미부터 2019년 니혼햄 파이터스로 이적한 뒤로 내리막길을 탔다. 올 시즌이 끝나고 가네코는 당초 니혼햄의 코치 제안을 뿌리치고 현역 연장을 노렸지만 끝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가네코는 오릭스 시절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많다. 2011년 박찬호, 이승엽, 2012~2013년에는 이대호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이대호는 가네코와 2년 간 함께한 뒤 2014년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첫 상대에서 가네코 상대로 굴욕을 당했다. 이대호는 2014년 4월12일 오릭스와의 경기에서 동료에서 처음 적으로 만난 가네코를 상대로 4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이대호의 굴욕이었다.
이대호는 삼진과 거리가 먼 타자다. 컨택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에 헛스윙이 잘 없다.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었고 결과는 최상으로 이끌었다. KBO리그 통산 삼진 비율은 12.6%에 불과하다. 한 시즌 최다 삼진도 2017년 84개에 불과하다. 투수 입장에서 이대호는 삼진 잡기 힘든 타자였다. 하지만 이런 이대호를 한 경기에서 무려 4번이나 돌려세운 게 가네코였다.
참고로 이대호는 일본 무대 진출 전까지 KBO리그에서는 한 투수에게 4연타석 삼진은 커녕 한 경기 4삼진 경기조차 없었다. KBO리그에서 한 경기 4삼진은 단 한 번 있었고 2021년 6월23일 사직 NC전에서야 처음 기록했다. 당시 이대호는 4타수 무안타 4삼진 1타점을 기록했다. 드류 루친스키에게 3연타석 삼진으로 물러났고 소이현에게 4번째 삼진을 당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