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늘 같은 날이다. 마이애미도 다를 게 없다. 불타는 금요일 저녁이다. 2019년 9월 20일이었다. 말린스 파크도 뜨겁다. 냇츠(워싱턴 내셔널스)와 일전이 벌어졌다.
특히 외야 쪽이 후끈하다. 몇몇 팬들이 초저녁부터 달린다. 하나, 둘, 셋…. 빈 캔이 점점 늘어난다. 그럴수록 거나한 분위기다. 일행 중 한 명이 탑을 쌓는다. 빈 맥주 깡통 수십개로 피라미드를 만든다. 미국 야구장의 흔한 풍경이다. 여기로 홈런을 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날은 다르다. 설계자의 도발이다. 외야수를 향해 소리친다. “헤이, 헤이.” 그러면서 피라미드 꼭대기를 가리킨다. 도전해보라는 유혹이다. 마침 공수 교대 중이다. 좌익수가 몸 풀던 공을 빼든다. 1초의 망설임도 없다. 재고 말고도 없다. 간결한 동작이다. 가볍게 발사~.
저격은 놀랍도록 정밀하다. 정확하게 꼭지점에 적중된다. 맨 위의 캔만 사라졌다. 와~ 와~. 놀람과 환호, 갈채가 쏟아진다. 홈런보다 더 큰 리액션이다. 반면 주인공은 쿨하다. ‘뭘 그 정도 가지고.’ 시크하게 돌아선다.
가장 유명한 MLB 짤 중 하나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파도를 이뤘다. 조회수를 합치면 수백만 건이 넘는다. CNN, 데일리메일 같은 (야구와 별로 친하지 않은) 매체도 소개할 정도다.
이 주인공이 바로 오스틴 딘(28)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좌익수 시절이다. 이번에 LG와 새로 갑을 관계가 된 외야수다.
마이애미는 데뷔한 곳이다. 이후 세인트루이스, 샌프란시스코를 떠돌았다. 5시즌 동안 돋보이는 기록은 없다. 타율 0.228, 11홈런, 42타점, OPS 0.676 정도다. 아마 ‘맥주 캔 저격’이 가장 인상적인 활약이었을 것이다.
다만 AAA에서 수준급 능력을 선보였다. 나이도 아직 20대 후반이다. 트윈스의 보도자료는 이렇게 설명한다. “오스틴 딘은 정교한 컨택과 장타력을 겸비한 우타자다. 또 1루수와 외야수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므로 유연한 경기 출장이 가능하고 팀 옵션에 따라 여러 방면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아이템 하나가 추가된다. 정확한 배송 능력이다. 상대팀에 널리 알려야 한다. '섣불리 나대면 혼쭐난다. 그런 메시지다. 사전 예방 효과는 확실하다. 물론 맥주 캔과 주자는 다르겠지만. 아마 잠실 외야석도 명소가 될 지 모른다. ‘도전, 맥주 피라미드.’ 이벤트도 기대된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