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와 두산에서 FA 특급 계약을 맺었으나 기대에 못미친 차우찬(왼쪽)과 장원준
-장원준, 차우찬 사례에서 검증이 끝났다. 투수 FA는 위험하다는 것을
-미국은 체력적인 면에서 앞서 여전히 상종가...국내는 찬밥신세
미국에선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선발 투수들이 FA 시장에서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 반면 KBO리그에선 30대 초반은 물론 20대 후반의 선발 투수들이 시장에서 찬밥이다. 지금 스토브리그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왜 그런걸까. 미국에선 여전히 상한가를 치고 있는데 한국에선 투수들이 찬밥신세일까.
야구계에서는 ‘내구성’의 차이로 분석한다. 미국 선수들은 체형에서는 우리 선수들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체력적인 면과 골격에서 동양 선수들을 앞선다는 평이다. 수도권 야구단의 한 단장은 “FA 시장에서 역대로 특급 투수 FA 계약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 사례로 평가되는 두산의 장원준 FA 계약도 결과적으로는 만족한 수준이 아니었다. 2년 정도 반짝 활약했을 뿐이다. 여기에 LG와 대형계약을 맺었던 차우찬도 기대에 못미쳤다”면서 “구단들이 이런 경험과 사례들을 보면서 웬만해서 특급 투수들과 FA 계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괜찮은 성적을 올렸지만 정작 계약 후 몸상태와 기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인 것이다. 부상으로 부진에 빠지거나 기량 급저하로 예전 실력이 안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몸상태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타구단 출신 특급 투수들을 잡기 위해 선뜻 FA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정확한 몸상태를 알고 기량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내부 특급 투수들을 입도선매격으로 ‘다년 계약’에 몰빵을 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런 바람은 지난 해 SSG 랜더스에서부터 불기 시작해 올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해 랜더스가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과 5년 65억원, 우완 문승원과 5년 55억원으로 나란히 ‘다년 계약’을 미리 체결하며 붙잡은 것을 비롯해 올해에는 롯데가 우완 박세웅을 5년 90억원, NC가 좌완 구창모를 7년 132억원에 각각 다년 계약으로 묶는 등 FA 시장에 나가기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실정에서는 이 방법이 특급 투수들을 잡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LG도 특급 우완 마무리 고우석을 다년 계약으로 미리 주저앉히려고 했으나 미국 진출 뜻을 밝히며 거절하기도 했다.
해외 진출을 자신하며 다년 계약을 미루는 투수들도 있지만 대개는 현재 소속구단과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된 생활에 만족하는 투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 계약’으로 여겨진다. 구단은 믿을 수 없는 FA 시장에서 투수를 구하기 보다는 소속 투수를 미리 잡아 안정된 전력을 구축할 수 있고 선수들도 FA 시장에 나갔다가 찬바람을 맞기 보다는 원소속팀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계속 머무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또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장기로 머물면서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대우를 받는 것도 ‘다년 계약’의 무시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이다.
특급 FA 투수의 대박 FA 계약은 이대로 없어지는 걸까. FA 시장에 재미는 없지만 해외 진출이 아닌 타구단 이적 FA 특급 투수 계약은 ‘희귀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키움에서 준수한 성적으로 FA 시장에 나왔으나 아직까지 팀을 찾지 못하고 있는 투수들인 한현희(왼쪽)와 정찬헌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