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오프시즌 타 구단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신정락(35, 한화 방출), 김상수(34, SSG 방출), 윤명준(33, 두산 방출) 등을 합류시켜 투수진의 선수층을 채웠고 경험을 더했다. 모두 왕년에는 잘 나갔던 불펜 투수들이다. 그리고 통산 457경기 112승(79패)을 거뒀고 국가대표 경험까지 갖춘 에이스 출신 좌완 차우찬(35)까지 데려오면서 베테랑 투수 영입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사실 차우찬은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는 지난 2021년 7월 5일이 마지막이다. 이후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극적으로 승선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자취를 감췄다. 어깨 부상으로 2021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 상황에서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2021년 9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재활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해 9월에서야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등판을 가졌고 2경기 2⅔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사실 롯데는 차우찬에게 성적을 크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어깨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해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LG에서 방출된 이후 복수의 구단이 영입 경쟁을 펼친 이유는 차우찬이 갖고 있는 경험이 매력적이기 때문. 롯데는 차우찬이 방출된 이후 곧바로 연락을 취했고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데려왔다.
구단 관계자는 “이전보다 던지는 느낌이 낫다고 한다. 올해 마지막 등판 때 느낌이 괜찮았다고 한다. 사실 당장 쓰겠다고, 당장 급해서 영입한 게 아니다. 내년 시즌 초반부터 던진다고 생각은 안하고 있다. 몇 경기만 던져줘도 보너스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차우찬이라는 선수가 리더십이 남다른 선수다. 팀에 미치는 영향력, 특히 어린 투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영입했다”라면서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차우찬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데뷔 초기에는 부침을 겪었지만 결국 국가대표가 됐고 FA 대박까지 만들었다. KBO리그에서 몇 안되는 족적을 남긴 투수로 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녹아든다면 젊은 투수진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특히 가장 수혜를 보고, 차우찬의 노하우를 완전히 흡수해야 할 투수는 이제 3년차에 접어드는 특급 유망주 출신 좌완 김진욱(20)이다. 차우찬과 김진욱은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 함께한 바 있다. 그때는 잠시 뿐이었지만 이제는 한 시즌을 함께하게 됐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을 받은 김진욱. 2년차 시즌까지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조급하게 바라볼 상황은 아니지만 기대치에 비하면 아직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2021년 데뷔 시즌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불펜으로 자리를 잡았고 39경기 4승6패 8홀드 평균자책점 6.31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고 기대에 걸맞는 시즌 첫 등판을 치렀다. 4월5일 창원 NC전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1실점이라는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첫 선발승을 따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주춤하더니 페이스를 되찾지 못했다. 14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6.36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여줬다.
김진욱은 한 시즌을 되돌아보면서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올해 저도 준비를 잘 했고 자신감도 올라왔다. 그런데 너무 잘 하려고 했고 순간순간 대처를 잘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볼배합, 견제 타이밍도 생각이 나고, 볼넷도 줄이 줄이고 정타도 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경험 부재를 채워줄 수 있는 선수가 차우찬이 될 수 있다. 만약 차우찬이 마운드에 올라서 몇 경기를 책임져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김진욱이라는 최고 유망주를 탈바꿈 시킬 수만 있다면 차우찬에게 책정된 5000만 원의 연봉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