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달라졌다. 박찬혁 대표가 개혁 드라이브를 많이 거는 것 같다.”
한 야구계 인사는 최근 한화의 변화를 주목하며 이렇게 말했다. 3년 연속 최하위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지만 구단 안팎에서 한화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7년 만에 외부 영입에 성공한 FA 시장에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고, 새 시즌 준비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뚜렷한 방향성과 치밀함이 엿보인다.
한화에 부는 혁신의 바람은 프런트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선임된 박찬혁 대표이사 체제에서 구단 운영 혁신을 선언했고, 2년의 시간이 흘러 변화의 기틀을 다졌다. 박찬혁 대표는 “구단의 성장을 위해선 감독과 선수도 중요하지만 프런트의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프런트가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줄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프런트의 책임 의식을 줄곧 강조해왔다. 이달에는 박 대표 체제에서 두 번째 조직 개편을 통해 구단 방향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인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부 영입과 파격적인 내부 승진으로 프런트를 일신했다.
지난 10월 선임된 손혁 단장이 프런트 일선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손혁 단장은 지난해 이맘때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로 한화에 합류했다. 박 대표가 신설한 보직으로 구단 내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손 단장이 선임된 뒤에도 이 자리는 손차훈 전 SK 단장이 맡아 이어간다. 손차훈 코디네이터는 선수 출신이지만 프런트 경험만 20년이나 되는 전문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연수도 다녀왔고, 손 단장을 도와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 대표는 ‘손손’ 듀오와 함께 지난달 FA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전력 보강 TF를 꾸려 직접 협상을 주도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FA 시장 흐름 속에서 손 단장이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보여줬고, 손 코디네이터는 옆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게 돕는 조언자 역할을 했다. 박 대표도 FA 협상 자리에 나가 준비한 영상 자료를 선보이는 등 진심 어린 모습으로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그 결과 이번 FA 시장에서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을 영입하며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다.
한화는 오는 2025년 새 야구장 개장에 맞춰 남은 2년을 빌드업 과정으로 계획하고 있다. 리빌딩 시기를 지나 내년에는 셋업 시기로 탈꼴찌라는 현실적 목표가 있다. 2년 뒤부터 경쟁력 있는 강팀으로 성장해 2025년 승부를 거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팀 구성 작업도 2025년까지 맞춰져 있다. 이례적으로 최원호 퓨처스 감독과 3년 장기 계약을 하면서 뿌리부터 단단히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 신인 지명, 트레이드 및 방출 선수 영입에 있어 강속구 투수들을 위주로 세팅하는 것도 큰 그림의 일환이다.
손 단장은 “몇 년간 우리 팀에 강속구 신인들이 많이 들어왔다. 이 유망주들이 육성 과정을 거쳐 선발진에 자리잡으면 그에 맞춰 불펜투수들도 구속도 근사치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마운드가 좋아질 수 있다”며 “강속구 투수들이 많을수록 타구 힘이 약해지고, 야수들의 수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점을 극대화해 약점을 지우는 방식으로 다방면에서 신경 쓰고 있다. 호주프로야구 질롱 코리아에 총 15명의 젊은 선수들을 1~2차로 나눠 대거 파견하는 등 육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프런트 내 분위기도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까다로운 보고 체계가 사라졌다. 부서별 팀장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언제든 고위층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선수단뿐만 아니라 프런트의 세대 교체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연공서열에 의한 직급 체계도 타파했다. 역량 및 성과 중심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구단 최초로 대리급 팀장이 2명이나 나왔다.
운영 부문 스카우트 정민혁 대리가 스카우트팀장으로 승격됐다. 최근 2년간 파트장으로서 신인 지명뿐만 아니라 독립리그의 가능성 있는 선수 영입까지 능동적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 차별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원 부문 서우리 대리도 디지털마케팅팀장이 돼 구단 최초 여성 팀장이자 최연소 팀장 타이틀을 달았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다양한 컨텐츠로 이글스TV 성장을 이끌었다. 기존 외주 제작 방식을 전면 내재화시켜 새로운 환경에 대비했고, 팬 소통 능력도 높이 평가됐다.
아울러 SK와 NC에서 주요 분야를 두루 거친 최홍성 전략팀장도 영입했다. 20년간 외부 팀에서 쌓은 전문성과 노하우를 한화에 유입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한화는 지난 2년간 파트를 가리지 않고 경력직을 적극 채용, 30%에 가까운 프런트 인원 교체를 이뤘다. 내외부 가리지 않고 전문성 강화에 역점을 뒀다. 박 대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했다. 향후 내부 전문 역량이 쌓이고, 운영 체계가 고도화되면서 더욱 탄탄한 팀으로 변모해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