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FA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포지션은 2년 연속 유격수였다. 이름값 있는 FA 유격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돈방석에 앉았다.
올 겨울 FA 시장의 4대 유격수가 나란히 초대박을 터뜨렸다.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가 11년 3억 달러 대형 계약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가 11년 2억8000만 달러로 예상보다 훨씬 큰 계약을 따냈다.
카를로스 코레아(샌프란시스코)는 13년 3억50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을 터뜨렸다. 내야수 중에선 최고액. 마지막 남은 빅4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도 7년 1억7700만 달러로 큰돈을 손에 쥐었다. 4명의 계약 총액만 11억700만 달러(약 1조4502억원)에 달한다.
1년 전 겨울도 유격수들이 FA 시장을 주도했다. 코리 시거(텍사스)가 10년 3억2500만 달러로 최고액 계약을 거머쥔 뒤 트레버 스토리(보스턴)와 하비에르 바에즈(디트로이트)가 나란히 6년 1억4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3년 1억530만 달러에 미네소타와 사인하며 시즌 후 옵트 아웃을 넣은 코레아까지 4명의 유격수가 1억 달러 이상 계약에 성공했다.
유격수는 어릴 때부터 가장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야구 잘하는 사람들이 맡는다. 포지션 자체가 재능 덩어리를 뜻한다. 타격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운동능력과 수비 지표까지 세분화된 수치로 측정 가능해지면서 유격수 가치 평가도 상향됐다. 시장 수요도 끊이지 않는다. 이번 FA 유격수 빅4를 데려간 팀들 모두 괜찮은 유격수 자원들이 내부에 있었지만 중복 전력에 개의치 않고 큰돈을 썼다. 대어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와 기준점이 올라가면서 동반 상승 효과도 봤다.
최근 2년간 젊은 대형 유격수들이 FA 시장을 주도했지만 다음 겨울에는 한 템포 쉬어갈 듯하다. 아메드 로사리오(클리블랜드), 아이재아 카이너-펠레파(뉴욕 양키스) 외에는 주목할 만한 FA 유격수가 없다. 폴 데용(세인트루이스), 팀 앤더슨(시카고 화이트삭스)은 팀 옵션에 묶여있다.
2년 뒤 FA 유격수 자원으로는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있다. 김하성은 지난 2021년 1월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인센티브 포함 최대 3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24년 시즌 후 2025년 계약에 대한 선수와 구단의 상호 옵션이 걸려있다. 이 경우 최대 3900만 달러가 되는 조건의 계약이었다.
앞으로 2년 뒤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김하성이 어느 정도 활약을 이어간다면 1살이라도 어릴 때 FA 시장에 나오는 게 유리하다. 올해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수비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보가츠의 가세로 내년에는 2루 이동이 유력하지만 유격수가 되는 멀티 자원으로서 FA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2년간 FA 유격수들이 크게 올려놓은 시장 가격이 김하성에게도 나쁠 게 전혀 없다. 2024년 시즌 후 FA가 될 유격수로는 앤더슨과 호르헤 폴랑코(미네소타) 정도밖에 없다. 이들보다 2살 어린 김하성이 시장에서 더 유리한 부분이 있다. 물론 앞으로 김하성이 만들어나갈 2년의 시간에 달려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