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 나온 외야수 권희동(32)과 이명기(35)이 미아 위기에 처했다. 원소속팀 NC가 두 선수를 전력 외로 분류하며 사인&트레이드에도 열린 입장이지만 원하는 팀이 나오지 않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NC는 외야수 자원이 넘친다. 1년 전 FA 시장에서 데려온 박건우, 손아섭과 함께 새 외국인 타자도 다시 외야수로 제이슨 마틴을 영입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주전급 김성욱, 퓨처스 FA로 영입한 퓨처스리그 타격왕 출신 한석현, 퓨처스리그 홈런왕의 2년차 오장한까지 뒤를 받칠 외야 자원도 넉넉하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으로 논란에 섰던 권희동과 이명기는 총 97경기(KBO 72경기, 구단 자체 25경기) 출장정지를 받고 올해 5월 징계가 풀렸다. 1년 가까운 실전 공백 영향인지 둘 다 커리어 로우였다.
NC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로 봐도 외야수는 가장 자원 많고, 대체 가능한 포지션이다. 외국인 타자들이 주로 맡는 자리이기도 하다. 수년째 외야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를 제외한 9개 팀들은 주전부터 백업까지 외야 자원이 풍족하다. 즉, 권희동과 이명기가 갈 만한 팀은 한화밖에 없다.
한화가 움직여야 권희동이나 이명기의 이적이 가능하다. 한화는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 영입으로 외부 FA 3명 한도를 채웠지만 사인&트레이드는 원소속팀과 계약 이후 이뤄지는 것이라 이와 관계없이 영입이 가능하다.
한화는 2020년부터 외야진 생산성이 가장 낮은 팀이다. 전면 리빌딩으로 자체 육성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FA 시장에서 6년 최대 90억원 거액을 들여 채은성을 영입했다. 채은성은 올해 LG에서 1루수로 뛰었지만 내년에는 원래 포지션인 우익수로서 비중을 높인다.
새 외국인 타자도 외야 전 포지션에 1루까지 가능한 선수로 영입하지만 여전히 남은 한 자리 주인이 없다. 현재 구성상 권희동이나 이명기가 들어오면 외야 주전 라인이 얼추 맞아떨어진다. 한화도 권희동의 사인&트레이드 가능성은 열어놓곤 있지만 적극적이진 않다. 권희동의 성적이 하락세에 있고, 내년에 만 33세가 되는 나이도 간과할 수 없다.
조건 없는 사인&트레이드라면 몰라도 NC에서 선수 또는 신인 지명권을 원하면 한화가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 채은성처럼 확실한 전력이라면 출혈을 감수할 수 있지만 권희동이나 이명기의 현재 가치는 그렇지 않다.
외부 영입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적어도 한 자리는 내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몇 년간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다. 장진혁, 장운호, 이진영, 이원석, 유로결, 권광민, 유상빈 그리고 내년 6월 상무에서 제대할 최인호까지 젊은 외야 자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도 내부적으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베테랑 노수광도 예비 FA로 어느 때보다 반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권희동과 이명기가 갈 만한 팀은 한화밖에 없지만 한화도 당장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이어온 리빌딩 과정과 기조를 완전히 허물 수도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 여지는 있지만 현재로선 내부 육성과 경쟁 구도로 외야 남은 한 자리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