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베이징 키즈’가 주축이 될 성인 야구 대표팀. 태극마크의 무게를 미리 체감하고 리허설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KBO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11월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등 아시아 4개국의 24세 이하 젊은 세대로 구성된 팀들이 참여해 아시아 프로야구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인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이하 APBC) 2023에 참가한다’라고 발표했다.
APBC는 지난 2017년 첫 대회가 열렸다. 한국은 김하성(샌디에이고), 이정후(키움), 구창모, 박민우 (이상 NC), 구자욱(삼성), 박세웅(롯데) 등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참가해 국가대항전의 무게를 느낀 바 있다. 당시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이 참가했고 한국은 일본에만 2패를 당하며 2위를 했다.
한국야구 미래라고 불리던 이들 모두 APBC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경험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한 계기가 됐다.
젊은 선수들을 위한 국제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에 한국과 일본, 대만 모두 공감하고 있었고 이게 APBC 대회가 개최된 취지였다. 당초 4년 주기 대회로 계획됐지만 코로나19로 2021년 개최가 무산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국에서 벗어난 시점에서 한국, 일본, 대만의 프로리그 커미셔너들이 합심해서 대회를 부활시켰다. 이번에는 호주까지 참가, 대회 구색까지 맞춰졌다.
다만, 2023년 야구 국가대항전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2023년 봄에는 일단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도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예정되어 있다. 9월 말에는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1년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다시 열리게 된다. 11월에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의 프리미어12 대회까지 열릴 계획이었다. 여기에 APBC 대회까지. 시기가 겹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프리미어12는 2023년 개최가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WBSC 홈페이지의 2023년 연간 대회 계획에도 프리미어12는 없다. KBO도 “WBSC 측에서 2023년 대회 개최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2024년에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래서 APBC 대회가 다시 개최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한국 야구 입장에서 젊은 선수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국제대회가 하나라도 더 생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구단들은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는 국가대항전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갖는 게 낫다.
내년에 열릴 APBC 대회는 만 24세(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이하 선수들과 프로 입단 3년차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자란 ‘베이징 키즈’들이 이제는 전면에 등장해야 하는 시점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24세 이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릴 예정인데, 아시안게임과 APBC 대회를 연결시켜 세대교체를 긴 호흡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대표팀 예상 명단을 추려보면 모두 팀의 핵심 선수들이다. 투수진에 김윤식, 정우영, 이민호(이상 LG), 이의리, 정해영(이상 KIA), 곽빈, 정철원(이상 두산), 소형준, 박영현(이상 KT), 송명기(NC), 최준용(롯데), 원태인(삼성), 오원석(SSG) 등 각 팀 선발과 불펜의 주축들이 만 24세 이하다.
야수진도 탄탄하다. 김지찬, 김현준(이상 삼성) 정은원, 노시환(이상 한화) 한동희, 고승민(이상 롯데), 문보경(LG), 전의산(SSG), 안재석(두산) 등이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는 주축 선수들이다. 포수진에서 확실한 선수가 보이지 않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김형준(NC), 손성빈(롯데), 허관회(한화)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하는 대표팀이 경험을 쌓고 국제무대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2024년에 개최될 프리미어12 대회는 물론 향후 10여년 간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대표팀의 주축이 될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