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홈런왕’으로 꽃피운 박병호(KT)처럼 급성장이 가능할까.
염경엽 LG 감독은 ‘잠실 빅보이’ 이재원(23)을 외야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꿀 계획이다. 두터운 외야진에서 입지를 만들기 어려줬던 이재원을 1루 자리에서 출장 기회를 더 많이 보장하기 위해서다. 우타 거포의 잠재력을 터뜨릴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재원은 오프 시즌에 야구 인생의 길이 달라졌다. 원래 계획은 상무야구단에 지원해, 내후년까지 병역 의무를 마치려고 했다. 그런데 염경엽 신임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수정됐다.
염 감독은 올해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재원의 타격 재능을 눈여겨 봤다. LG 감독으로 선임된 염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이재원을 칭찬했다. 그는 “이재원은 앞으로 좋아질 확률이 높은 선수다”라며 “4번타자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는데, 군대 간다고 하더라. 김이 샜다. 박병호처럼 키워보력고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후 LG 구단은 감독, 선수와 상의해 이재원의 상무 지원을 철회했다. 최종 합격자 발표를 앞둔 시점이었고, 합격이 유력했는데 취소한 것.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기회다. LG는 FA 시장에서 올해 4번타자 1루수로 뛴 채은성을 한화(6년 최대 90억원)로 떠나보냈다. 1루수 공백이 생겼다. 또한 장타력을 지닌 우타자 이형종도 퓨처스리그 FA 자격을 얻어 키움(4년 20억원)으로 이적했다. 좌타자들이 많은 LG 타선에서 우타 거포가 아쉬운 상황이 됐다.
외야수인 이재원은 LG의 국가대표급 외야라인에서 후순위였다. 김현수, 박해민, 홍창기가 주전으로 뛰고 있고, 문성주가 3할이 넘는 고타율로 튀어나왔다. 1루수로 자리를 옮긴다면, 출장 기회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192cm인 이재원은 리그 최장신 1루수가 된다.
2018년 LG에 입단한 이재원은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2020년 13홈런(203타수), 2021년 16홈런(189타수)을 기록했다.
1군에는 2020년에 데뷔했고, 첫 해 타율 5푼(20타수 1안타)으로 쓴 맛을 경험했다. 2021년에는 62경기 타율 2할4푼7리(154타수 38안타) 5홈런, 올해는 85경기 타율 2할2푼4리(223타수 50안타) 13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30.8타수당 홈런 1개를 쳤는데, 올해는 17.2타수당 1홈런이다. 반 이상으로 줄였다. 올해 타수당 홈런(250타석 이상 기준)은 박병호와 최정에 이은 3위였다.
1군 경험치를 쌓았고, 앞으로 출장 기회가 늘어난다면 홈런 숫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염 감독은 이를 확신하고 있다. 염 감독은 14일 "이재원은 1루수로 기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2011시즌 도중 LG에서 당시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붙박이 4번타자로 기용되자, 거포 잠재력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2012년 처음으로 풀타임 1루수로 출장하면서 31홈런을 기록했고, 홈런왕에 올랐다.
LG에서 터뜨리지 못한 거포 본능을 폭발시켜 LG의 속을 쓰리게 했다. 새로운 팀에서 심리적인 편안함, 코칭스태프의 무한 신뢰, 좁은 목동구장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외야 경쟁에서 1루수로 포지션 변경, 염 감독의 믿음으로 최대한 출장 보장 등 이재원에게 2023시즌은 기회의 시즌이 될 것이다. 과연 거포로서 얼마나 성장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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