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가 수상하다.
지난 12일 창단 첫 우승의 공로자 가운데 한 명인 류선규 단장이 전격 사퇴했다. 구단은 이틀 지난 14일 신임 단장에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을 임명했다. 작년 11월 입단해 1년 만에 단장직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이다. 퓨처스 선수들을 1군 선수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했다는 이유이다. 프로야구단의 숙원을 단번에 풀어낸 엄청난 실력자인 것 같다.
야구단에서 21년 동안 잔뼈가 굵은 류 전 단장은 연말 시상식에 참석하고 외국인 영입을 이끄는 등 왕성하게 수행하다가 갑자기 직을 놓았다. 영전도 아니다. 그냥 물러났다. 팬들의 의혹이 쏟아지자 소통을 중시하는 정용진 구단주도 SNS 게시물을 지우고 댓글 창을 막아버리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필시 말못할 사연이 있는 듯 하다.
급기야 비선 실세가 구단 운영에 관여한다는 의혹까지 비화되고 있다. 우승과 함께 명문구단을 향해 힘찬 첫 발을 내딛은 구단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구단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사적인 이익에 따라 구단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지가 생명인 구단 뿐만 아니라 유통 모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류 전 단장의 실적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학생시절 야구지식에 해박한 글을 동호회에 올리며 주목을 끌었고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얼마 안있어 SK 와이번스로 이직했다. 홍보와 운영, 마케팅, 육성, 데이터(분석) 분야에서 핵심보직을 맡아 와이번스 왕조와 함께했다.
SK 단장직을 맡자마자 이마트에게 인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대로 단장직을 수행해 2년만에 정상에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비FA 선수들과의 다년계약, 발 빠른 외국인 영입, 트레이드를 통해 우승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멋진 우승과 함께 인천구장 첫 관중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가장 기쁜 순간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비운의 단장이 됐다.
구단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언제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2년 기회를 주었으니 바꾸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시점이 부적절했다. 우승하자마자 공로자를 자르는 모양새가 됐다. 그리고 김 신임단장을 입사 1년만에 단장으로 발탁했다. 비선 실세까지 불거졌으니 SSG의 신선한 이미지는 크게 구겨졌다. 구멍가게도 이런 식으로 사람을 쓰지는 않는다.
랜더스가 그냥 우승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넘게 야구단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온 피와 땀으로 일군 것이다. 프로야구는 10구단이 격렬하게 싸우는 전쟁터이다. 감독의 리더십만 부각되고 있지만 프런트 수장의 경험과 판단력, 추진력, 미래 비전도 더 중요하다. 프런트 수장의 미숙한 판단과 결정으로 구단의 미래를 그르치는 일은 숱했다. 새 단장이 부디 그 능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sunny@osen.co.k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