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사랑' 보여주고 인천 떠나는 '우승 단장' 류선규, "관중 1위, 대단했다"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2.12.13 09: 20

SSG 랜더스 류선규 단장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다. “2년 내 재건이 목표였다”고 외쳤던 그가 SSG를 떠난다.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단장의 돌연한 사임은 자못 이례적이다. 자연히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류 단장은 12일 OSEN과 전화 통화에서 “목표했던 일(2년 내 재건)을 이뤘다. 앞으로는 후배들이 잘 이끌어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SK 와이번스 마지막 단장이자 신세계 그룹 야구단의 초대 단장이 정든 곳을 떠나는 소회로는 얼핏 담담하다. 
야구가 좋아 PC통신 하이텔을 통해 글을 쓰다가 야구단 프런트가 된 류 단장. 야구계 입문은 LG 트윈스였다. 이후 2001년 SK에 입사해 지금의 SSG 야구단이 세워지는 것까지 지켜봤다. 마케팅, 홍보팀, 육성팀, 전략기획팀, 데이터 분석팀 등 안 거친 곳이 없다.

프런트상을 수상한 SSG 류선규 단장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2.12.08 / dreamer@osen.co.kr

류 단장은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프런트이기도 했다.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인천과 야구에 누구보다 큰 애정을 보였다. 비인기 팀을 인천 연고 최초로 관중 동원 1위의 팀으로 만든 것도 류 단장의 숨은 노력이 깃들여 있다.
올해 인천SSG랜더스필드 홈경기 누적 관중은 98만1546명.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팬동원을 자랑했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 팀 최초로 한 시즌 관중 1위다. 신세계 그룹이 야구단을 인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한 영향도 있지만 그간 구단 직원들의 끊임없는 노고의 결실이었다. 류 단장은 그런 직원들의 ‘대장’이었다.
류 단장은 “시원섭섭한 마음도 있다”면서도 “앞으로 후배들이 잘 해줄 것이다.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디 더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하는가’하고 묻자 “여기만큼 좋은 곳이 어디있을까”라고 답했다. 인천 야구장은 그의 전부였다.
SK 왕조 시절을 지켜본 인물이자 SSG 초대 단장 자리에서 40주년을 맞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남긴 단장이다. 게다가 그는 SSG의 통합 챔피언이 되는 데 공헌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 시상식에서 프런트상을 받기도 했다.
SSG의 정규시즌 우승은 2021년 창단 후 2년 만이며, 전신인 SK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할 경우 2010년 이후 12년 만에 달성한 4번째(2007, 2008, 2010, 2022) 기록이었다.
류 단장은 2020시즌 최악의 부진(9위)을 겪자 팀 재건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 다녔고, 2021시즌 6위, 올해에는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밑거름을 깔았다. FA 시장에서 최주환을 잡고 추신수까지 데려왔다. 또 2021시즌 후에는 빅리그 도전을 더 이어갈지 고민하던 김광현도 붙잡았다.
그의 말대로 ‘재건’을 위해 온 힘을 다 쏟았다. 류 단장은 “그래도 가장 좋은 점은 관중 1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간 우승 경험도 크지만 관중 1위가 엄청났다. 내 처지에서는 그게 최고였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도 대단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관중 1위가 더 대단한 일이다. 인천에서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됐다”고 되돌아봤다.
SK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신세계 그룹이 상륙할 때 눈물을 훔쳤던 류 단장.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30대, 40대를 모두 SK에서 보냈던 그가 SSG 초대 단장으로 정상에 오른 뒤 애정을 듬뿍 쏟았던 곳과 이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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