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무대에서 직접 얼굴을 보고 건네주지는 못했지만, 제자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스승의 축하 꽃다발을 전해 받은 제자는 미소를 머금었다.
류지현 전 LG 감독이 골든글러브를 처음으로 수상한 오지환(LG)에게 꽃다발 선물을 보냈다. 사연 많은 꽃다발이었다.
오지환은 지난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09년 LG에 입단한 이후 14년 만에 첫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드디어 리그 최고 유격수의 훈장을 받은 것이다.
오지환의 아내 김영은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집으로 온 선물. 감사합니다. 류 감독님'이라는 글귀과 함께 오지환이 꽃다발과 골든글러브를 들고서 미소 짓는 사진을 올렸다.
2년 동안 LG를 이끌고 재계약이 무산된 류지현 전 감독은 오지환에게 꽃다발 선물을 보내준 것. 감사한 마음을 담은 인증샷이었다.
오지환이 KBO 최고의 유격수로 성장하기까지 류지현 전 감독의 지분이 상당하다. 류 전 감독은 2012년 LG 수비코치 보직을 맡고서 오지환을 처음부터 하나씩 새롭게 가르쳤고 혹독한 수비 훈련을 시켰다.
류 전 감독은 시즌 도중 “나쁜 버릇을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 발 걸음, 글러브 위치, 손을 어떻게 하는지 등 하나하나 지적하며 가르쳤다.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짜증도 났을 것이다”고 10년 전 일을 회상했다.
혹독한 훈련과 함께 약속도 있었다. 당시 류 감독은 “지환이에게 ‘네가 나중에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내가 제일 먼저 꽃다발을 전해 주겠다’고 했다.
오지환은 올 시즌 빼어난 수비와 함께 타율 2할6푼9리 133안타 25홈런 87타점 75득점 20도루 OPS .827로 활약했다. 홈런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잠실구장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도 달성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그런데 시즌 후 LG 감독 재계약에 실패한 류 전 감독은 시상식에 함께 하지 못했다. 류 전 감독은 10년 전 약속을 시상식에서 지키지는 못했지만, 따로 꽃다발 선물을 보내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한편 LG 유격수로 골든글러브 수상은 무려 23년 만이다. 1998년과 1999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류지현 전 감독에 이어 오지환이 계보를 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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