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30세가 되는 선수와 무려 11년 초장기 계약을 맺었다. 오늘만 사는 남자, 데이브 돔브로스키(66) 필라델피아 필리스 사장다운 행보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FA 유격수 트레이 터너(29)와 계약을 공식 발표하며 입단식을 가졌다. 11년 총액 3억 달러로 옵트 아웃 없이 전 구단 트레이드 거부권이 포함됐다. 선수 친화적인 계약으로 구단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
‘MLB.com’은 ’11년은 긴 시간이다. 터너의 계약은 그의 41세 시즌까지 계속된다. 계약 후반부로 갈수록 생산성이 감소되는 리크스를 안고 필라델피아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베팅했다’며 단기간 승부를 보기 위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계약 중후반 예상되는 성적 부진을 각오하고 우승을 위해 현재에 올인하는 ‘윈나우’ 행보다.
터너와 계약을 추진한 돔브로스키 사장은 “미래를 정확하게 점칠 수 있는 수정 구슬은 없다”면서도 “평범한 선수와 엘리트 선수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엘리트 선수는 다른 이들보다 더 오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터너의 롱런을 기대했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지난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 2006·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이어 올해 필라델피아까지 4개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역대 유일의 구단 운영 책임자다. 1997년, 2018년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해냈다.
가는 팀마다 구단주 지원을 등에 업고 돈을 풀어 공격적으로 선수 영입을 했다. 현재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망추 출혈도 아끼지 않는 윈나우의 대가. 지난 2020년 12월 필라델피아 사장 부임 후 포수 J.T 리얼무토와 5년 1억5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고, FA 외야수 카일 슈와버(4년 7900만 달러), 닉 카스테야노스(5년 1억 달러)를 영입해 올해 월드시리즈 준우승 성과를 냈다. 이를 인정받아 시즌 후 3년 연장 계약을 받았다.
돔브로스키 사장의 윈나우는 터너 영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 2015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한 터너는 지난해 여름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돼 올해까지 메이저리그 8시즌 통산 849경기 타율 3할2리 1033안타 124홈런 434타점 586득점 230도루 OPS .842를 기록했다. 정확성과 파워, 빠른 발을 두루 갖춘 선수로 커리어 내내 큰 부상도 없었다.
이번 FA 시장에는 터너 외에도 카를로스 코레아, 잰더 보가츠, 댄스비 스완슨 등 특급 유격수 자원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터너를 영입 1순위로 두고 움직였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지난달 샘 펄드 단장, 롭 톰슨 감독과 함께 터너의 플로리다 집을 찾아 “우리 영입 1순위”라고 적극 구애하며 마음을 사로잡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3억4200만 달러로 더 큰돈을 제시했지만 터너는 아내의 고향 뉴저지와 가깝고, 워싱턴 시절 동료인 브라이스 하퍼가 있는 필라델피아를 선택했다. 터너는 “뭐든 지는 건 싫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높은 수준에서 경쟁할 것이다. 모든 단계에서 나 스스로에게 베팅하겠다. 매일 하루,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면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