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29)의 입지가 확 바뀌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에서 130만 달러를 받는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개월이다.
KT 위즈는 지난 8일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과 총액 130만 달러(약 17억 원)에 2023시즌 재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발표했다.
벤자민은 지난 5월 부상으로 떠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대신해 연봉 33만1000 달러(약 4억 3천만 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입단 당시 KIA 에이스 양현종과의 인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한 양현종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이에 이강철 감독이 옛 제자인 양현종에게 정보를 물으며 영입에 도움을 얻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벤자민을 적극 추천했다”라고 밝혔다.
벤자민은 데뷔전이었던 6월 9일 고척 키움전 3이닝 무실점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지만 보름 뒤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17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의 호투를 선보였다. 17경기 중 11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고, WHIP(1.02), 피안타율(.216) 모두 외인다운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승운이 다소 없었을 뿐 리그 적응과 함께 최소 6이닝은 책임질 수 있는 투수로 발돋움했다.
벤자민은 큰 경기에서도 강한 면모를 뽐냈다.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깜짝 구원 등판해 KKK 삼진쇼를 펼친 뒤 준플레이오프서 키움을 만나 2차전에서 7이닝 9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비록 5차전에서 체력 저하로 5이닝 4실점 패전을 당했지만 이미 재계약 명분을 만든 뒤의 일이었다.
벤자민은 인성, 선수단 융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벤자민은 KT 합류 전부터 일찌감치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는 “다른 언어권의 나라에 오면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해야 그 나라 선수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올바른 인성까지 갖추며 금세 팀 KT 문화에 녹아들었다. 벤자민은 시즌 종료 후 한국과 KT에 애착을 느끼며 재계약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벤자민은 계약 후 “KT와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팀 동료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내년 시즌이 벌써 기대된다”라며 “알포드는 올해 가족끼리도 가까워졌는데 내년에도 수원에서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 보 슐서와는 마이너리그에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다. 정말 좋은 선수라고 느꼈고, 이번 기회에 친해지고 싶다”라고 기쁘게 재계약 소감을 전했다.
한편 또 다른 대체 외국인 선수 앤서니 알포드 또한 총액 110만 달러에 재계약을 이뤄냈다. 그는 “KT와 내년 시즌에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 수원으로 돌아가는 것도 기대된다. 응원해주셨던 수원 팬들에게 좋은 기억이 있기에 가족 모두 기뻐했다.”라며 “옛 동료 보 슐서와 다시 함께하는 것도 기쁘다. KBO에서 정말 잘 할 수 있는 친구다. 적응 잘 할 수 있게 돕겠다”라고 밝혔다.
KT는 2023시즌 벤자민과 새 외국인 투수 슐서, 그리고 알포드로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슐서는 지난달 24일 총액 74만 달러에 KT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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