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게 목표다.”
역대 최다 6차례 홈런왕에 빛나는 박병호(36·KT)가 올 시즌을 앞두고 한 말이다. 전 소속팀 키움에서 마지막 2년간 ‘에이징 커브’ 소리를 듣던 박병호는 자신도 모르게 위축돼 삼진을 두려워했다. 박병호는 “난 원래 삼진 당하면서 장타를 치고 볼넷을 나가는 타자다. 내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삼진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다 보니 타석에서 소극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많은 삼진을 목표로 세운 박병호는 올해 우리가 알던 국민 거포로 돌아왔다. 박병호다운 풀스윙으로 시원시원한 타격을 했다.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131개의 삼진 아웃이 있었지만 3년 만에 홈런왕(35개)을 탈환했다. 앞서 2년간 2할2푼대를 맴돌았던 타율도 2할7푼5리로 올랐다.
박병호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노시환(22·한화)도 보고 공감했다. 그 역시 올해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지난해 107경기 타율 2할7푼1리 18홈런 84타점 OPS .852로 활약하며 거포 잠재력을 폭발했지만 올해는 115경기 타율 2할8푼1리 6홈런 59타점 OPS .737로 타율은 올랐지만 홈런이 급감했다.
지난 8월6일 수원 KT전 6호포를 끝으로 시즌 마지막 46경기 203타석 동안 홈런이 터지지 않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노시환이 멘탈적으로 힘들어하는 게 보인다. 어린 선수들일수록 슬럼프에 한 번 빠지면 더 깊게 파고 들어간다”며 “누구나 슬럼프가 있기 마련이고, 홈런은 언제든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대외적으로 믿음을 실어줬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홈런이 왜 안 나오느냐’는 말이 노시환의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노시환은 “시즌 때 장타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이대호 선배한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내가 조금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타선이 약한 한화 팀 사정상 노시환이 치지 못하면 지는 경기가 많았다. 노시환 자신도 모르게 큰 것보다 정확하게 갖다 맞히는 스윙을 했다. 주자가 있을 때 더욱 그랬다. 히팅 포인트는 점점 뒤로 갔다. 수베로 감독도 “우중간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이 늘었다.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밀어치는 게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타율 1푼이 높아졌지만 결과적으로 노시환의 특장점, 장타력을 잃고 말았다. 노시환은 “시즌 초반 잘하다 중간에 부상을 당했고, 후반에 타격폼을 수정하며 시행착오가 있었다. 시즌 중 급하게 바꾸는 바람에 내가 가지고 있던 것도 잃었다. 타율도, 홈런도 나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는 “히팅 포인트를 너무 극단적으로 뒤에 놓았다. 1~2년차 삼진이 워낙 많았다. 삼진을 안 먹으려다 보니 히팅 포인트가 점점 뒤로 갔다”며 “박병호 선배님 인터뷰를 봤는데 ‘홈런 타자는 삼진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하셨다. 나도 생각을 해보니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았나 싶다. 히팅 포인트가 뒤에 있다 보니 변화구가 앞에서 맞아 넘어가야 하는 것도 넘어가지 않았다. 공을 끝까지 보다 보니 타이밍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시환의 삼진율은 매해 낮아지고 있다. 2020년 30.3%에서 지난해 23.4%로, 올해는 19.4%까지 낮췄다. 그러나 노시환 특유의 시원한 스윙과 홈런이 줄었고,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깨달았다. 노시환은 “올해 아쉬운 시즌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미리 경험하면서 배운 것도 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내년에는 타율이 낮아지더라도 장타가 많이 나오는 쪽으로 준비하겠다”며 거포 부활을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