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4일까지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2 이승엽 드림야구캠프 with 신한은행' 일일 코치로 나선 전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이자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 야구' 몬스터즈 멤버로 활약 중인 이택근(42)은 "대구에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이승엽 감독님 덕분에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타격 파트 코치로 나선 이택근은 야구 꿈나무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주고 좋은 모습을 보일 때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기를 살렸다. 우수 선수를 대상으로 자신이 쓰던 글러브를 선물하기도. 팬서비스도 만점이었다. 야구 꿈나무의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에 반갑게 맞이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택근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후배들이 보다 좋은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캠프 일일 코치로 참가하게 됐다. 자그마한 부분이지만 야구계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또 "몬스터즈 멤버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마추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동료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야구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택근은 야구를 막 시작한 이들을 향해 "당연히 야구를 즐겨야 한다. 이 시기에는 실력과 승패보다 야구가 질리지 않게끔 지도자와 선배들이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역 은퇴 후 조용히 재능 기부 활동을 이어왔던 그는 '최강 야구'를 통해 팬들 앞에 다시 섰다. 이택근에게 최강 야구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개인적으로 장시원 PD님께 굉장히 감사드린다. 제가 야구계와 떨어져 있을 때 저를 다시 야구계로 오게 해주신 분이다. 최강 야구를 통해 느낀 게 정말 많다. 타자 출신인 제가 최강 야구에서 투수들과 많이 어울리며 그들이 어떠한 고충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승엽 감독님을 비롯해 박용택 감독 대행님,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다. 선수 시절에는 경기에 집중해야 하다 보니 제 것만 챙기게 되고 보게 되는데 한 걸음 떨어져서 야구를 보니까 많은 게 보였다. 제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경남상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3년 프로에 데뷔한 이택근은 아마추어 시절 잘 나가던 포수였다. 하지만 당시 팀 사정상 포수 뎁스가 워낙 좋아 마스크를 쓰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1루수와 3루수를 거쳐 외야수로 안착했고 국가대표 발탁은 물론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까지 받았다.
그가 최강 야구에서 포수 마스크를 다시 썼을 때 많은 이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이택근은 "아마추어 시절 오랫동안 포수로 뛰었고 포수로 프로 구단에 지명받았지만 제가 포수로 성공한 게 아니니까 제겐 아픈 손가락과 같은 포지션"이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게 됐는데 제겐 굉장히 큰 감동이었고 가슴 뭉클한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어쩔 수 없이 포수를 맡았지만 20년 동안 (포수를) 안 했는데 몸이 반응하더라. 감각이 아직 살아 있었다. 생각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은퇴한 지 2~3년이 지난 40대 선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선수들에게도 이런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역 시절에 비해 기량과 컨디션은 떨어지지만 승부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몸이 성하지 않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이택근은 "최강 야구 멤버들 모두 부상을 안고 있지만 책임감으로 경기에 임했다. 아마추어 발전은 물론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을 남기고 싶지 않은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다. 저희와 대결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저희가 열심히 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이들에게 도움이 돼야 경기의 수준도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 악물고 뛰었다"고 했다.
이어 "아마추어 선수들 입장에서는 '은퇴한 40대 선수들이 야구를 잘하면 얼마나 잘할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야구한다면 프로 선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 이기기 위해 이를 악 물고 하고 혹여나 지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저희를 보고 배운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택근에게 현장 복귀 의사를 물었다. 그는 "언제든지 돌아갈 의향이 있다. 돌아가기 위해 지금도 공부 많이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돌아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