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오윤석(30·KT 위즈)이 악바리 변신을 예고했다. 내년 시즌에는 기필코 박경수의 이름을 지우고 김상수와 함께 마법사 군단의 뉴 키스톤콤비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지난주 KT 위즈 팬 페스티벌에 참석한 오윤석은 한 팬의 내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올해 좋은 경험을 많이 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이제는 박경수라는 이름을 지우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KT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러자 박경수는 “여기 단장님이 계시는데 나는 먼저 들어가 보겠다”라고 농담하며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난해 7월 포수 김준태와 함께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 된 오윤석. 작년 적응기를 거쳐 박경수의 뒤를 이을 주전 2루수로 각광받았지만 2022시즌 112경기 타율 2할3푼4리 6홈런 37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도중 허리 부상으로 꽤 긴 시간 자리를 비운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KT 키스톤콤비는 이강철호 5년차를 맞아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된다. 부동의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지난 1일 상무 최종 합격하며 내년 1월 군 입대가 확정됐고, KT는 이를 대비해 11월 24일 4년 총액 29억원에 삼성 왕조의 유격수 김상수와 FA 계약했다. 2루수는 박경수가 현역 연장을 결정했지만 내년 39살이 되는 노장에게 풀타임을 기대하긴 어렵다. 박경수는 사실상 플레잉코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또한 주전 2루수를 맡을 유력 후보는 오윤석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선수다. 경기고-연세대를 나와 2014 롯데 육성선수로 입단한 그는 2020년 63경기 타율 2할9푼8리 4홈런 32타점으로 잠재력을 터트렸고, 그해 10월 4일 사직 한화전에서 KBO 역대 27번째 사이클링히트를 해냈다. KT는 작년 7월 오윤석이 포스트 박경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이드암 유망주 이강준을 내주면서까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박경수의 바람도 똑같다. 오윤석은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뒤를 이어야하는 후계자다. 박경수는 “오윤석이 정말 좋은 선수다. 개인적으로 잘 되길 원하고 있다. 오윤석이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나 또한 분발해서 좋은 경쟁을 해보겠다”라고 후배의 당찬 포부를 반겼다.
박경수는 이어 “올해 개인적으로 힘든 시즌이었는데 다행히 감사하게도 연장 계약을 해주셨다”라며 “아무래도 팬들이 아쉬워하셨을 것 같은데 프로야구 선수로서 1년 연장을 해주신 명분을 만들어야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더불어 오윤석 응원도 많이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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