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한국시리즈 6차전 때다. 랜더스가 3승 2패였다. 전날 끝내기 홈런(김강민)의 기세가 여전하다. ‘내일은 없다.’ 그런 눈빛이 역력하다. (11월 8일 SSG 랜더스필드)
그러나 도전자의 패기도 만만치 않다. 3회 초 임지열의 투런포가 터졌다. 2-0으로 기울어진다. 뒤 돌아선 홈 팀의 반격이다. 3회 말 1사 후. 추신수가 중전 안타로 기회를 연다. 다음 타자는 최지훈이다. 타일러 애플러의 초구를 두들긴다. 135㎞짜리 체인지업에 완벽한 타이밍이다.
우중간에 빨랫줄이 널렸다. 하지만 깊지 않은 타구다. 야시엘 푸이그가 전력으로 달려든다. 최대한 앞에서 끊겠다는 뜻이다. 그의 저격 능력을 감안하면 추가 베이스는 쉽지 않다. 그런데 웬걸. 1루 주자는 뒤도 안 본다. 2루를 돌아 거침없이 달린다. 어딜 감히. 야생마의 어깨가 폭발한다. 온 힘을 실어 3루로 쏜다. 슬라이딩, 세이프.
“최지훈 선수의 안타도 굉장히 좋았지만, 추신수 선수의 베이스러닝도 정말 돋보입니다.” (MBC 이상훈 해설위원)
이 와중에 타자도 2루까지 뽑았다. 상대 수비의 헛점을 문책한 것이다. 푸이그의 3루 저격 말이다. 커트맨을 안 거치고, 3루로 직배했다. 그럼 송구의 높이가 다르다. 이 점을 놓치지 않은 최지훈의 예리함이다.
1사 1, 2루가 1사 2, 3루로 달라졌다. 랜더스는 여기서 2점을 얻었다(1루수 실책). 승부는 2-2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기어이 4-3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대권을 거머쥔다.
작년 이맘 때였다. 이대호가 1년 뒤 은퇴를 발표한 시점이다. 텍사스에서 온 절친에게도 질문이 돌아갔다. 내년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이 때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야구장에 있는 게 행복하고, 유니폼을 입고 뛰는 제 모습이 가장 멋 있어 보이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은퇴 시점은) ‘쟤 나이 들어서 이제 못 뛰는구다.’ 이런 얘기 들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8~9회 1, 2점 차에 대주자로 바뀌는 경우죠. 제가 야구를 그만둬야 할 시점은 그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9월 18일 부상으로 교체됐다. 옆구리 염증 탓이다. 13게임을 남겨두고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2위 LG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KS 무대로 복귀했다. 처음에는 의구심도 있었다. 긴 공백과 부상 후유증에 대한 우려였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멈추지 않았다. 6차전을 모두 커버했다. 0.320-0.414-0.360(타-출-장). 톱타자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무엇보다 ‘괜찮은’ 육상부였다. 대주자 걱정은 한 번도 시킨 적 없다. 덕분에 교체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나 6차전 달리기는 결정적이었다.
랜더스는 지난 1일 보류선수명단에 17번을 포함시켰다. 물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내년 거취가 100% 결정된 건 아니다. 본인의 선택이 남았다. 그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충분히 생각할 것이다. 혹시 우승이라는 성취가 변수일 지 모른다.
그러나 팬들은 기다린다. 기차는 멈추면 안된다. 달릴 수 있으면, 달려야 한다. 그렇게 믿는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