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내야수 오선진(33)이 지난달 29일 한화와 계약한 뒤 가장 먼저 연락한 동료 선수는 투수 이태양(32)이었다. 이태양도 지난달 23일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서 지명을 받고 데뷔한 두 선수는 1년 간격으로 나란히 트레이드를 겪었다. 지난 2020년 6월18일 이태양이 SK(현 SSG)로, 지난해 6월25일 오선진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워낙 한화에 정이 많이 들었던 두 선수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짐을 쌌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반등에 성공했고, 올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어 웃으며 한화에 돌아왔다.
다른 팀의 더 좋은 조건, 비슷한 오퍼를 마다하고 한화를 택해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둘 다 한화를 떠나서도 팀에 애착이 컸고, FA가 된 뒤에도 한화 연락을 기다리며 1순위로 삼았다. 수년간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한화는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단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두 선수의 복귀는 한화의 팀 로열티도 한층 높였다.
요즘 시대 보기 드문 낭만을 보여준 선수들이지만 구단은 정과 감성만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투수 뎁스 보강을 위해 선발과 구원 모두 활용 가능한 이태양의 가치를 높게 봤고,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음주운전에 적발돼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유격수가 가능한 오선진이 꼭 필요했다.
한 번 내보낸 선수들을 다시 데려오는 것도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운 프로 정서상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화는 두 선수에게 전력 상승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도 기대하고 있다. 오선진은 최재훈, 노수광과 함께 한화 야수 중 최고참이고, 이태양도 투수 중에선 3번째 고참이다. 팀 전체를 바라보며 선수들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나이대. 두 선수가 한화를 잠시 떠나 있었던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오선진은 “삼성에 가보니 왜 이 팀이 지금까지 성적을 잘 냈는지 알겠더라. 선수단 분위기도 그렇고,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뭔가 달랐다. 태양이도 SSG에서 그런 점을 느꼈을 것이다. 둘이 같이 한화를 떠나 삼성과 SSG 선수로 만나면 그런 대화를 했다. 당장 내가 어떻게 한다고 팀을 바꿀 순 없겠지만 후배들과 이야기 많이 하면서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팀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알 수 없는 것을 트레이드를 통해 보고 배우며 느꼈다. 밖에서 바라본 한화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태양도 “SSG에 가서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 우승까지 경험했다. 왜 강팀인지, 우승을 많이 했는지 알게 됐다”며 “(밖에서) 한화를 보면서 팀 성적도 안 좋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SSG에서 보고 배운 것을 이제 한화 후배들에게 잘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선진과 이태양 모두 트레이드로 떠날 당시 커리어 저점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팀을 옮겨 반등에 성공했고,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보면서 경험을 쌓고 성숙해졌다. 강팀에 단기 유학을 다녀왔다고 표현할 수 있다. 두 선수의 강팀 유학 효과가 한화에 잘 스며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