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시즌을 마친 뒤 KBO리그 FA 등급제가 도입됐다. 보상 기준에 차등을 두면서 FA 선수들의 오랜 족쇄가 풀렸다. 특히 보상선수가 따라붙지 않는 C등급 베테랑들의 이적이 활발해졌다.
대부분 시장 가치가 높은 A등급 FA들은 서로 데려가기 위해 경쟁하지만 B등급 FA들은 조금 애매하다. 보호선수 숫자가 A등급 20명보다 5명이나 많은 25명이지만 여전히 선수 출혈을 아까워하는 팀들에겐 걸림돌로 작용한다.
양의지(두산), 노진혁(롯데), 김상수(KT)처럼 경쟁력 있는 B등급 선수들은 일찌감치 팀을 옮겼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여전히 운신의 폭이 좁다. 현재 FA 시장에 미계약으로 남은 B등급은 투수 정찬헌, 이재학, 외야수 권희동이 있다.
그 중에서 시장 가치가 가장 높이 평가되는 선수는 권희동이다. 경주고-경남대 출신으로 지난 2013년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NC에 지명된 권희동은 데뷔 첫 해부터 신인 최다 홈런 15개를 터뜨리는 하위 라운드 깜짝 활약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2014년에는 타율을 2할8푼5리로 끌어올렸고, 상무를 다녀온 뒤 2017년에는 개인 최다 19홈런을 터뜨렸다. 올해까지 9시즌 통산 857경기 타율 2할5푼9리 645안타 81홈런 381타점 320볼넷 475삼진 출루율 .353 장타율 .406 OPS .759를 기록 중이다.
톱클래스 성적은 아니지만 두 자릿수 홈런에 3할7푼 이상 높은 출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생산력이 있다.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는 시장에서 언제나 귀하게 여겨진다. 중견수 포함 외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수비력도 준수한 선수라 공수에서 쓰임새가 높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갑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 방역 수칙을 위반한 술판 파문에 엮여 KBO로부터 72경기, NC 구단으로부터 25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권희동은 총 97경기를 결장했다. 올해 5월 징계 해제 후 82경기 타율 2할2푼7리 5홈런 22타점 OPS .654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술판 사건과 성적 부진이 겹쳐 FA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지만 일부에선 권희동의 반등 가능성을 보고 있다. 1990년생 만 32세로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 외야가 약한 팀에선 풀타임 주전으로 뛸 만한 기량이 된다. 관심 있는 구단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를 줘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
C등급이면 부담 없이 영입 가능했지만 보상선수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올해 연봉 1억1000만원으로 FA 신청 선수 21명 중 16위에 불과한 권희동은 사실상 C등급에 가까운 B등급이다. B~C등급 경계선에 있던 그로선 B등급으로 분류된 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