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름에 잘 치고 싶습니다.”
‘56억 FA’ 정수빈(32·두산)이 계약 3년차를 맞아 부활을 선언했다. 가을에만 잘했던 지난 2년을 잊고 내년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활약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수빈은 지난 2021년 6년 56억 FA 계약 후 2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른바 ‘먹튀’ 논란에 시달리며 두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날씨가 선선해지면 자기 역할을 해냈지만 두산은 가을 활약만 보고 56억원을 투자한 게 아니었다. 정수빈의 2021시즌, 2022시즌 타율은 모두 2할5푼9리에 그쳤다.
급기야 두산 팬들이 이승엽 감독에게 정수빈의 반등을 부탁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곰들의 모임 팬사인회에 참석한 이승엽 감독은 “두산 팬들께서 ‘정수빈을 잘 부탁한다’, ‘정수빈이 여름에도 잘 치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셨다”라고 말하며 신기해했다.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만난 정수빈은 “내가 감독님 옆에 있어서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 아마 다른 선수였다면 다른 선수를 언급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나 또한 여름에도 잘 치고 싶다. 못하고 싶은 선수는 없다. 물론 나만의 바이오리듬이 그럴 수 있는데 그래도 꾸준히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정수빈은 새롭게 출항하는 두산 이승엽호의 핵심 전력이자 리더다. 그가 리드오프에서 56억원이라는 금액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때 두산의 공격 또한 활기를 띨 수 있다. 아울러 정수빈은 세월이 흘러 우승을 경험한 몇 안 되는 두산 선수 그룹에 속해 있다. 우승 DNA를 선수단에 주입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정수빈은 “올해 우리 팀 성적이 원체 안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잘 못해서 이승엽 감독님이 ‘제일 중요한 건 야구를 잘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라며 “감독님은 너무 대단한 선수였다. 목표와 눈높이가 높으시니 거기에 맞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 또한 지난 마무리캠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며 베어스 왕조 재건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아울러 다가오는 스프링캠프 역시 예년보다 혹독한 훈련을 예고했다.
정수빈은 “어릴 때부터 팀에서 힘든 훈련을 많이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율훈련이 많아졌고, 몸이 느슨해졌다”라며 “난 약간 꼰대 스타일이라 옛날식 훈련을 좋아한다. 강하게 시키는 걸 좋아해서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반색했다.
벌써 내년이면 6년 계약의 절반을 보내게 되는 정수빈. 그는 “6년 계약을 했는데 올해까지 2년 동안 많이 못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모습과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부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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