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 나온 투수 제이콥 디그롬(34)은 연평균 4000만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연봉 3250만 달러를 포기하고 옵트 아웃으로 FA 시장에 나온 것은 팀 동료였던 투수 맥스 슈어저(38) 영향이 크다.
슈어저는 지난해 11월 뉴욕 메츠와 3년 1억3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연평균 40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으로 특급 대우를 받았다. 이전부터 메츠와 연장 협상이 난항을 겪었던 디그롬은 슈어저 연봉을 기준으로 3년 이상 장기 계약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2019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한 디그롬은 ‘지구 최강 투수’라고 불릴 만큼 존재감이 대단하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옆구리, 전완근, 팔꿈치, 어깨 등 부상이 끊이지 않으면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건강 리스크가 있는 데다 나이도 적지 않다. 1988년생으로 내년이면 만 35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LA 다저스와 재계약에 합의한 투수 클레이튼 커쇼(34)와 대비된다.
사이영상 3회 경력의 커쇼도 1988년생으로 디그롬과 나이가 같다. 하지만 FA 몸값은 디그롬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11일 다저스와 1년 재계약 합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연봉은 올해 받은 17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 수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그롬 예상 몸값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뉴욕포스트’의 저명 기자 존 헤이먼도 이런 상황이 마냥 이해가 되진 않는 모양이다. 지난 2일자 기사에서 헤이먼 기자는 ‘약 2000만 달러로 예상되는 커쇼의 계약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왜 디그롬이 나이가 비슷한 커쇼보다 두 배 가치가 있는지 이해하고 싶다’고 적었다.
커쇼는 1988년 3월생으로 6월생 디그롬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났고, 부상 위험을 안고 있는 것도 같다. 올 시즌 성적도 커쇼가 22경기(126⅓이닝) 12승3패 평균자책점 2.28로 11경기(64⅓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3.08의 디그롬보다 낫다. 그런데도 FA 시장 평가는 엇갈렸고, 몸값 차이는 두 배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구위와 고점의 차이로 봐야 한다. 올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90.7마일(146km)에 그친 커쇼는 강속구를 잃은 지 오래됐다.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2017년을 끝으로 고점에서 내려온 지 5년이 지났고, 전성기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올해 평균 98.9마일(159.2km) 강속구를 뿌린 디그롬은 구위가 죽지 않았다. 여전히 S급 성적을 낼 수 있는 투수라 시장 평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디그롬이 커쇼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데 연봉이 두 배 차이가 날 정도인지는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