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유격수 자리에 급한 불을 껐다. 마지막 남은 외부 FA 한 자리를 전천후 내야수 오선진(33)으로 채우며 특급 신인들의 육성 시간도 확보했다.
한화는 지난달 29일 오선진과 1+1년 최대 4억원에 FA 계약했다. 1루수 겸 외야수 채은성(6년 90억원), 투수 이태양(4년 25억원)을 영입한 데 이어 오선진까지 잡고 외부 FA 한도 3명을 꽉 채워 시장을 마무리했다.
오선진 영입은 당초 한화의 플랜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내년 개막부터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게 된 하주석의 공백을 메우는 게 긴급 과제가 됐다.
사건이 터진 다음날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터진 일이라 구체적인 대안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유틸리티 내야수 박정현이 떠오른다. 이제는 주전 유격수 후보가 될 것이다. 신인 내야수 문현빈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손혁 한화 단장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하나 늘었다”며 난감해했다. 채은성 영입을 확정지은 뒤 계획대로 이태양 영입까지 이어갔지만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이미 기존 협상 구단들과 진전을 이룬 유격수 자원 노진혁(롯데), 김상수(KT)를 잡기는 무리였다.
김상수에게는 관심을 나타냈지만 뒤집기는 힘들었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지 않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시장에 오선진이 남아있었다. 삼성 오퍼를 받은 뒤에도 친정팀 한화 연락을 기다린 오선진을 잡으며 급한 불을 껐다.
오선진은 내야 주요 포지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비력을 갖췄다. 지난 2019년 하주석이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고 5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을 때 주전 유격수로 뛴 경험도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반등을 이뤘고,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기에는 이만한 유격수가 없다.
오선진 영입 효과는 유망주들의 성장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도 있다. 1군에서 백업으로 경험을 쌓은 3년차 박정현은 타격 자질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비는 견고하지 않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3라운드에 지명된 특급 신인 내야수 문현빈과 이민준에게도 당장 너무 큰 짐을 주지 않아도 된다.
내부적으로 기대가 큰 문현빈은 주 포지션이 2루수라 당장 유격수로 뛰는 게 성장 저해 요소가 될 수도 있었다. 손혁 단장도 “2루를 주로 봐왔던 선수라 유격수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갑자기 유격수로 가서 경쟁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인들에게는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차근차근 키워서 주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오선진 영입으로 그런 여유가 생겼다.
지난 2008년 데뷔 후 14년간 한화에 몸담은 오선진은 팀에 애정이 무척 크다.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모범적인 선수 생활을 해왔다. 이제는 한화 야수 중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손혁 단장은 “한화에서 오래 뛴 선수인 만큼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으로서 박정현과 신인 문현빈, 이민준 등 어린 내야수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