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구단주와 국민타자의 만남이 FA 광풍을 몰고왔다.
2023 FA 시장이 역대급 대박 파티를 터트리며 끝나가고 있다. 작년에 이어 또 다시 광풍이 불었다. 대부분 FA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대우를 받았다. FA 거품론이 일었던 수 년전과는 달라졌다. 2019시즌을 마치고 4년 총액 34억 원에 롯데와 계약한 전준우가 억울하도 또 억울할 것 같다.
이번 FA 마켓은 포수들의 대제전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 FA 광풍은 국민타자 이승엽과 열혈 구단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과 3회 우승을 차지했던 김태형 두산 감독이 계약을 마치고 물러나면서였다.
차기 사령탑을 놓고 하마평이 무성했는데 두산은 이승엽 감독을 전격 선임했다. 아무도 삼성의 푸른피 이승엽이 두산 사령탑이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선임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박 구단주와 이승엽이 만났을 것이라는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열혈 구단주인데 차기 사령탑의 면접(또는 만남)을 안봤을리는 만무하다.
국민타자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니 당연히 선물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양의지의 복귀 프로젝트가 가동했다. 양의지는 시즌이 끝날 때만해도 몸값이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4년 전에 125억 원 잭팟을 터트렸고,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37살이다. 실제로 에이징커브 조짐을 보였다. 잔부상이 잦았고 포수보다는 지명타자 전업하는게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2차 FA에서는 최대 80억 원 안팎의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두산의 복귀 프로젝트가 가동하자 단숨에 가치가 치솟았다. 두산의 움직임을 포착한 NC도 유출을 방지에 나섰다. 야구계에서는 김택진 구단주도 내주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설이 돌았다. 두 구단주까지 나섰으니 돈은 부차적이었다.
아예 100억 원이 아니라 125억 원이 기준선이 되었다. 급기야 빵빵하게 실탄 충전을 마친 한화까지 달려들었다. 실제로 한화는 4년 150억 원을 베팅했다. 결국 박 구단주의 정성에 감복한 양의지는 친정을 선택했다. 6년 152억 원에 계약했다. 1차 보다 계약기간도 길었고, 금액도 많았다. 양의지의 152억 원은 다른 FA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한화는 양의지 잡지 못하자 4번타자 채은성에게 6년 90억원을 투자했다. 다급한 NC는 두산에서 나온 FA 포수 박세혁을 4년 46억 원에 데려왔다. 롯데는 유강남을 놓고 LG와 경쟁 끝에 80억 원을 베팅해 잡았다. 유강남의 이적은 박동원의 어부지리를 낳았다. KIA를 떠나 65억 원을 받고 LG로 이적했다. 양의지 선물을 받은 이승엽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안 아팠으면 좋겠다"며 잔부상을 걱정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