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FA 시장의 테마는 포수. 강민호, 김태군, 김재성 등 주전급 포수만 3명을 보유한 삼성은 10개 구단 최고의 안방 부자다. 삼성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상황에 따라 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달 26일 취임식을 통해 "다른 팀보다 포수 자원이 넉넉한 만큼 시장 상황을 보고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족한 부분은 트레이드를 통해 메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팀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어느 팀이든 (트레이드 시장이) 열려 있다. 특정 구단이 아니라 모든 팀에 문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포수의 연쇄 이동이 시작되면 안방 보강이 필요한 구단은 삼성에 트레이드를 요청할 거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은 상대가 제시한 카드를 살펴보고 트레이드를 할지 말지 결정하면 되는 상황. 예상대로 연쇄 이동이 벌어졌다.
LG 유강남이 롯데로 이적했고 KIA 박동원은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국가대표 출신 포수 양의지는 NC를 떠나 친정팀인 두산으로 복귀했다. 두산의 안방을 지켰던 박세혁은 NC와 계약했다. 이에 따라 포수 보강이 필요한 KIA는 삼성과 트레이드를 논의했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KIA는 내부적으로 트레이드 논의를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종국 감독은 "기존 포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 트레이드는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움에서 이적한 주효상을 비롯해 한승택, 신범수, 김선우, 신명승 등 내부 자원을 활용할 방침. 1차 지명 출신 포수 한준수도 내달 28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강팀의 필수 조건 가운데 하나는 포수다. 과거 우승팀에는 늘 좋은 포수가 있었다. 포수는 투수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만큼 주전 포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선수 한 명 이상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포수 한 명을 키우려면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내부 자원을 활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한 뒤 포수난에 허덕였던 롯데처럼 될 수 있다.
삼성은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면 된다. 박진만 감독 또한 "우리는 급할 게 없다. 차분하게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트레이드가) 안 되면 3명의 주전급 포수를 잘 활용하면 된다. 내년에 3인 포수 체제도 고려 중이다. 굳이 손해 보면서 트레이드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리그 전체에 포수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 KIA뿐만 아니라 타 구단에서도 삼성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면 이전 협상 때보다 더 좋은 카드를 내밀어야 트레이드가 성사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삼성에 유리하다. 그냥 느긋하게 있으면 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