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가 통합우승을 이끈 클로저를 거쳐 FA를 눈앞에 둘 거라고 예상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됐을까. KT 마무리 김재윤(32)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미국 마이너리그서 포수로 뛰었던 김재윤은 2015 신인드래프트서 KT 2차 특별 13순위로 입단해 조범현 전 감독의 제안으로 투수 글러브를 끼었다. 그리고 입단 2년차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막내 구단의 클로저를 맡아 경험과 세이브를 동시에 차곡차곡 쌓았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 이상의 힘을 지닌 직구는 김재윤만이 가진 강점이었다.
김재윤은 KT 암흑기 속에서도 꿋꿋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는 2020년 데뷔 첫 20세이브 돌파(21세이브)로 이어졌고, 지난해 30세이브(32세이브)를 통해 마침내 개인 통산 1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투수 전향 6년 만에 리그 정상급 클로저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61경기 9승 7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26으로 개인 최다 세이브 경신과 함께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최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김재윤은 “매 시즌 목표인 풀타임 소화를 해내서 만족스럽다. 작년보다 세이브도 많이 올렸다”라면서도 “패배와 블론세이브가 많아서 마냥 좋지는 않았다. 나 때문에 진 경기가 많았다. 막바지 순위싸움 때 나로 인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못 이겼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라고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던 2022시즌을 되돌아봤다.
올해는 새로운 반려자와 함께할 수 있어 시즌이 남달랐다. 작년 12월 웨딩마치를 울린 김재윤은 “아내가 정말 잘 챙겨준다. 혼자 살 때는 밥을 안 먹을 때도 있었고 야구장에서 중식을 배달시켜 먹었는데 올해는 아내가 매일 아침을 해줬다. 입맛이 없어서 안 먹고 간다고 해도 꼭 챙겨줬다. 33세이브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김재윤은 투수 전향 이후 꾸준히 한 우물을 판 끝에 내년 예비 FA 시즌을 치르게 됐다. 2023시즌을 그 동안 해왔던 것처럼 무사히 보내면 대망의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조범현 전 감독의 제안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재윤은 “처음 보직을 바꿨을 때만 해도 FA는 상상도 못했다. 그저 매 년 잘 버텨내자는 생각뿐이었다”라며 “그 동안 좋은 감독님, 코치님, 트레이너 형들이 관리를 잘해주셨다.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부족한 선수임에도 계속 써주신 덕분에 이렇게 FA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내년 시즌 각오는 평소와 다르다. 김재윤은 “내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더 나은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요즘 보면 다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서 부럽다. 물론 다들 야구를 잘해서 그렇게 받는 거지만 그래도 부럽더라. 내게도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예비 FA 시즌을 앞둔 기분을 전했다.
이미 FA 계약을 해낸 선배들은 하나같이 김재윤을 향해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김재윤은 “다들 더 잘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해줬다. 또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더 잘하려고 하다가 아프면 모든 게 끝나버린다”라며 “또 다른 선배는 한 시즌을 원래 갖고 있는 걸로 치러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절대 무리하자 밀라고 말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예비 FA 시즌 목표는 올해 세이브 2위의 아쉬움을 털고 1위로 올라서는 것이다. 김재윤은 "박영현이라는 후배가 등장해서 경쟁을 해야겠지만 내년에도 마무리를 맡는다면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라며 "세이브 1위 욕심이 있다. 데뷔 처음으로 타이틀을 획득해서 나와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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