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포수 3명이 있었다. 주전 양의지(35)를 필두로 최재훈(33), 박세혁(32)이 백업으로 뒤를 받쳤다. 그때만 해도 이 선수들이 전부 다 FA 대박을 칠 줄은 몰랐다. 3명의 FA 몸값 총액만 377억원. 포수 왕국의 위엄이다.
‘큰형님’ 양의지가 시작이었다. 지난 2018년 시즌을 마친 뒤 1차 FA 때 NC와 4년 125억원 대박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흘러 이번 2차 FA로 4+2년 152억원 초대박을 쳤다. KBO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두 번의 FA 계약으로 총 277억원을 벌었다.
그 다음은 최재훈이었다. 2017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을 떠나 한화에 와서 주전 포수로 도약한 최재훈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첫 FA를 얻었다. 5년 최대 54억원의 조건. 당시 기준 역대 포수 5번째 고액 계약으로 FA 광풍의 신호탄을 쐈다.
박세혁도 마지막으로 FA 계약을 따냈다. 양의지를 두산에 빼앗긴 NC가 지난 24일 박세혁과 4년 최대 46억원에 FA 계약했다. 양의지 복귀에 올인한 두산에서 협상 후순위로 밀려 마음고생을 했지만 포수가 급해진 NC가 예상보다 크게 베팅했다.
이로써 두산에서 함께한 3명의 포수 모두 FA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양의지가 한화에 왔더라면 최재훈은 풀타임 주전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수 있었다. 양의지의 두산 복귀로 자리를 잃은 박세혁도 NC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 전화위복이다.
민감한 FA 협상 기간에도 세 선수는 꾸준히 연락하며 힘이 되어줬다. 최재훈은 “의지형이 우리 팀에 왔으면 나도 편하고, 많이 배웠을 것이다. 의지형과는 통화했고,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며 “친구 세혁이도 자주 연락하는데 FA로 힘들어해 나도 마음 아팠다. 힘이 되는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양의지와 팀을 맞바꾼 박세혁도 계약 후 “의지형과 나는 상생의 관계 같다. 의지형이 계약했을 때 연락을 했고, 오늘(24일) 형도 연락이 왔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라며 “두산에 서운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이게 프로다. 지난 2년간 안 좋았기 때문에 반등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