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BO가 발표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관심 명단 50명에 한화 선수는 3명 들어갔다. 우완 투수 문동주, 3루수 노시환과 함께 좌완 투수 김범수(27)가 이름을 올렸다. 좌완 투수 7명 중 김재웅(키움)과 유이한 불펜 자원. 올해 KBO리그 전체 좌완 투수 중 직구 평균 구속 1위(148.4km)라는 특장점을 인정받았다.
김범수는 “예비 명단이고, 특별한 감정은 없다.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도 “대표팀에 발탁되면 신기할 것 같긴 하다. 좋은 선수들과 같이 야구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지난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범수는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잠재력으로 애태우다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리그 최다 78경기에 등판, 66이닝을 던지며 3승7패27홀드 평균자책점 4.36 탈삼진 58개를 기록했다. 27홀드는 올 시즌 리그 3위 기록으로 한화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 지난 2011년 박정진의 16홀드보다 11개 더 많았다.
김범수는 “(입단 후) 8년간 야구하면서 제일 만족스런 시즌이다. 아직 고쳐야 할 부분도 많은데 팀에서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에 가능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수베로 감독님이 꾸준하게 믿고 기회를 주셨다”며 “(부상 없이) 풀로 뛴 것도 처음인데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이 생각을 바꿔줬다. 몸이 지쳐도 훈련을 안 하면 계속 불안해했는데 코치님이 ‘왜 그렇게 불안해하냐. 불안할 이유 없다. 그렇게 하면 몸이 절대 못 버틴다. 그냥 쉬어라’며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매일 야구장에 나오면 기본 스트레칭부터 러닝, 웨이트, 캐치볼로 몸을 많이 움직이며 준비했던 김범수였지만 올해는 최대한 힘을 비축하는 쪽으로 변화를 줬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합류한 이지풍 코치와의 만남은 이렇게 김범수의 운동법부터 투구관까지 바꿔놓았다. 이 코치는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를 근거로 김범수가 당장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길 주문했다.
BABIP는 홈런, 삼진, 사사구를 제외하고 페어 지역에 떨어진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을 의미한다. BABIP가 높은 투수는 수비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거나 운이 없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김범수의 BABIP는 3할2푼2리로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96명 중 24번째로 높았다. 운이 나빴지만 흔들리지 않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김범수는 “시즌 초반 안 좋을 때 이지풍 코치님이 BABIP에 대한 설명으로 멘탈을 잡아주셨다. BABIP가 뭔지 알고 있긴 했지만 코치님 설명을 듣고 제대로 알게 됐다. 야구가 쉬워진 느낌이었다. BABIP 수치는 내가 어떻게 높이고 줄일 수가 없다. 야수의 영역이고, 난 볼넷만 주지 않으려 했다. 상황에 따라 초구부터 타자가 빨리 칠 수 있게 공격적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올해 김범수의 볼넷 허용률은 12.1%로 커리어 통틀어 최저였다.
가급적 멀티이닝을 하지 않고 1이닝으로 짧게 끊어 쓴 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구원 1⅓이닝 이상 투구한 게 19경기 있었지만 올해는 2경기에 불과했다. 손혁 단장이 전력강화 코디네이터일 때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원투수 멀티이닝 지양에 대한 리포트로 냈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현장 코치스태프에서 이를 참고해 적용하며 효과를 봤다. 김범수는 “멀티이닝을 했을 때 좋지 않았고, 감독님이 1이닝으로 쓸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한 이닝에 내가 가진 최대한의 집중력으로 하니 퍼포먼스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범수에겐 또 하나의 경사가 기다리고 있다. 7년간 연애한 여자친구와 내달 10일 결혼식을 올린다. 김범수는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심적으로 편하다”며 웃은 뒤 “내년에도 올해처럼 아프지 않게 잘 준비를 하겠다. 아프지 않아야 올해 같은 기록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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