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의지, 유강남, 박동원, 박세혁(왼쪽부터)
-지금 한국야구는 '포수 놀음', 최소한 몸값면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이지만 인정받으면 '최고 대우' 보장
-한국야구 포수 레전드들은 당시 최고 몸값 대우
야구에서 포수라는 자리는 가난 힘든 포지션이다. 무거운 장비를 몸에 갖춰야 하고 공에 맞을 확률이 가장 높다. 그만큼 부상 위험도 크다. 자세도 엉거주춤으로 힘들다. 또 훈련으로 말하자면 야수와 투수 훈련 모두에 참가하기에 일이 바쁘다.
여기에 경기 중에는 투수와 수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벤치 작전을 수행하고, 수비들을 지휘하는 등 경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포지션이 포수다. 투구에만 집중하는 투수나 가끔씩 날아오는 공만 처리하는 야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토록 힘든 포지션이기에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포수는 ‘덩치크고 둔하지만 힘이 좋은 아이’가 차지하는 자리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가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이라면 가장 선망하는 포지션으로 ‘포수’를 택해야할지 모르겠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아직까지 투수나 다른 야수들에 비해 몸값이 높지 않은 자리이지만 적어도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몸값이 가장 높은 포지션으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만 놓고 볼 때 포수가 가장 대우받는 자리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FA 최대어로 꼽혔던 ‘우승 청부사’ 포수 양의지가 친정팀 두산과 총액152억 원에 계약한 것을 비롯해 롯데에 새둥지를 튼 유강남 80억 원, 유강남 대타로 LG로 날아온 박동원 65억 원, 그리고 포수 FA 4인방 중 최근 성적이 저조했던 박세혁이 NC와 46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는 등 ‘포수는 금값’이라는 말을 증명했다. FA 포수 황금어장에 343억원의 거액이 쏟아졌다.
<사진>양의지에 앞서 포수 최고 몸값을 주도했던 삼성 강민호
한국프로야구에선 이전부터도 유독 포수 몸값이 높았다. 4년전 양의지가 두산을 떠나 NC와 총125억 원에 계약한 것은 물론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도 ‘FA 재벌’이다. 강민호는 첫 FA였던 2013년 원소속팀 롯데와 75억 원, 2017년 삼성으로 옮기면서 총90억 원의 대박계약을 이끌어낸데 이어 2022시즌 종료 후 삼성과 4년 총36억 원으로 3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강민호는 FA 계약으로 총201억 원을 챙겨 역대 FA 전체 몸값 3위에 랭크됐다. 참고로 1위는 양의지가 277억 원으로 1위, LG 김현수가 230억 원으로 2위이다.
강민호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최고 포수로 군림하며 최고 대우를 받았다면 그 이전에는 박경완(현 LG 코치)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지키며 한국야구 레전드로 인정받고 있다. 튼튼한 어깨와 빠른 발, 그리고 장타력까지 겸비했던 박경완은 2003년 총19억 원에 현대에서 SK로 FA 이적하는 등 당시 몸값을 주도했다. 박경완은 2006시즌이 끝난 후 SK와 2년 최대 10억 원으로 2번째 FA 계약을 맺으며 'SK 왕조' 건설에 일조, 구단 최초의 영구결번 선수가 됐다.
박경완 이전에는 김동수(현 해설위원)가 최고 포수로 명성을 날렸다. 김동수는 프로야구 최초의 FA로 첫 이적한 선수이기도 하다. 당시 몸값은 8억 원으로 최고였다. 김동수 이전 최고 포수로는 ‘헐크’ 이만수(전 SK 감독)이었다. 이만수는 FA 제도가 생기기 전에 활약했던 레전드.
이처럼 최고 대우를 받는 한국프로야구 포수 포지션은 힘들지만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자리로 인정받고 있다. 튼실한 수비력에 장타력까지 갖췄다면 최고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각구단이 탐낼만한 주전 자리에 오르는 일이 힘든 포지션이기에 공수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만큼 최고 자리에 오르고 지키는 것이 힘든 포지션이기도 하다.
야구하면 ‘투수 놀음’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한국야구에서는 ‘포수 놀음’으로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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