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냈다.
2009년부터 13년간 삼성에서만 뛰었던 내야수 김상수(32)는 지난 24일 KT와 4년 총액 29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2009년 삼성에 입단한 김상수는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에서 뛰면서 통산 1552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1리 1379안타 55홈런 549타점 754득점 251도루를 기록했다. 삼성 왕조 시절 유격수를 책임지며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2014년 53도루로 데뷔 첫 타이틀 홀더가 됐고 2020년 타율 3할4리(404타수 123안타) 5홈런 47타점 71득점 10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완성했다. 지난해 132경기에서 타율 2할3푼5리 101안타 3홈런 42타점 46득점 4도루에 그쳤다.
올 시즌 허삼영 전 감독 체제에서 타율 2할6리(102타수 21안타)에 그쳤으나 박진만 감독 대행 부임 후 타율 2할8푼6리(133타수 38안타)로 상승했다. 주포지션인 유격수를 맡으며 물 샐 틈 없는 수비로 여전히 건재함을 뽐냈다.
유격수 복귀는 김상수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내야 보강이 필요한 복수의 구단들은 김상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올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첫 FA 때 3년 최대 총액 18억 원 헐값 계약을 했던 아쉬움을 씻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삼성에는 젊고 유능한 내야 자원이 많지만 풍부한 경험과 뚜렷한 실적을 남긴 김상수가 내야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젊은 내야수들로만 144경기를 소화할 수 없고 아직까지 병역 의무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상수는 반드시 필요했다.
김상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선수단의 리더로서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 팀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 중 리더로 꼽혔다.
하지만 원 소속 구단 삼성은 김상수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로서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팀 기여도보다 미래 가치에 무게를 두는 FA 계약 특성상 오버 페이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결국 김상수는 정들었던 삼성을 떠나 KT에서 새 출발하게 됐다. 삼성과 달리 내야 보강이 시급했던 KT는 김상수에게 4년 총액 29억 원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김상수에게 자주 연락하며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
삼성은 2016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최형우, 차우찬, 박해민, 김상수 등 리더로서 자질을 갖춘 선수들을 계속 내보냈다. 프랜차이즈 스타와 오랫동안 함께 하면 좋겠지만 팀 사정 상 붙잡지 못할 수도 있다. 야구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최근 구단 관계자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상수는 백업이다. 내년 주전 유격수는 이재현으로 가는 것으로 구상을 하고 있다. 다른 젊은 야수들도 있다. 팀 입장에서 백업 선수에게 큰돈을 투자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구단 입장에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굳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할 건 없다. 13년간 몸담았던 구단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선수는 어떤 기분이 들까. 이왕 이면 좋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 같은 구단 관계자의 발언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은 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한 데 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