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역대급 FA 광풍 속에서 비교적 저렴한 29억원에 왕조 유격수를 품었다.
KT 위즈는 24일 오후 “4년 총액 29억원(계약금 8억, 연봉 15억, 옵션 6억)에 내야수 김상수와 FA 계약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9년 첫 FA 때 3년 총액 18억원에 삼성에 잔류한 김상수는 두 번째 FA를 맞아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거머쥐었다.
계약 후 OSEN과 연락이 닿은 KT 나도현 단장은 “계약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선수 측과는 시장 개장 첫날을 포함해 총 3차례 만났고, 워낙 신실하게 응대를 해주셔서 계약이 잘 성사될 수 있었다”라며 “물론 이견도 있었고 중간에 한화도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와의 공감대 형성이 잘 됐다”라고 흐뭇해했다.
KT는 8시즌 연속 주전 유격수를 맡은 심우준의 상무 입대가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포스트 심우준으로 기대를 모았던 권동진, 문상준마저 심우준과 함께 상무에 지원했고, 지난 5월 LG에서 온 장준원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내년 9월은 돼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베테랑 신본기가 대체자로 거론됐지만 지난 16일 KBO가 발표한 2023년 FA 승인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갔다.
KT의 해법은 작년 박병호에 이은 2년 연속 외부 FA 영입이었다. 나 단장은 “심우준 공백이 클 것으로 예상돼 시장 개장 첫날부터 김상수 측과 만남을 가졌다”라며 “다행히 영입이 성사되면서 감독님이 생각하는 야구, 그리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팀 구성이 된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상수는 경북고를 나와 지난 2009년 신인드래프트서 삼성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성했다. 이후 빠른 프로 적응과 함께 삼성을 대표하는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삼성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에 기여했다. 김상수는 2013 월드베이스볼래식,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2019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김상수는 한동안 2루 수비에 전념했지만 올 시즌 박진만 감독 부임 후 다시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이동해 녹슬지 않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기록은 72경기 타율 2할5푼1리 2홈런 29타점이며, 프로 통산 1552경기 타율 2할7푼1리 55홈런 549타점 754득점 251도루를 기록 중이다.
나 단장은 “김상수는 아직 만 나이로 32세다. 몸 자체가 굉장히 날렵하며, 순발력도 좋다”라며 “수비도 관찰한 결과 프런트, 현장 모두 충분히 유격수가 된다고 판단했다. 우리 팀 내야진의 에이징커브를 감안했을 때 김상수는 앞으로 4년은 거뜬히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김상수 영입을 추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타격 쪽에서도 파워 툴은 약하지만 컨택이 굉장히 잘 정립돼 있는 선수다. 출루형 타자로서의 장점을 많이 봤다. 감독님께서도 하고자 하는 야구에 가장 적합한 내야수라는 의견을 주셨다”라고 덧붙였다.
김상수의 인성, 팬서비스, 리더십 등 그라운드 밖에서의 모습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나 단장은 “김상수의 퍼스널리티, 워크에식, 팬서비스 등은 대한민국 최고가 아닌가 싶다.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십도 있다. 삼성 시절 주장도 하지 않았다”라며 “김상수는 우리 팀이 추구하는 문화와 부합한다. 그런 부분은 보너스다.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KT는 이번 김상수 영입으로 외부 FA 영입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이제 남은 건 집토끼 신본기 잔류 및 웨스 벤자민, 앤서니 알포드와의 재계약 협상이다. 나 단장은 “이제 외부 FA 영입 계획은 없다”라고 선을 그으며 “현재 신본기, 벤자민, 알포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본기는 얼마 전 운영팀장과 만남을 가졌고, 외인 2명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재계약이 될 것 같다”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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