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2019년의 일이다. 다저스에서 FA 한 명이 나왔다. 야스마니 그란달이다. 리그 정상급 포수였다. 시장의 관심은 당연하다. 나이도 31세로 딱 좋았다. 메츠과 진지한 딜이 오갔다. 최종 오퍼가 나왔다. 4년 6000만 달러였다. 연평균 1500만달러 꼴이다.
그런데 당사자의 답은 ‘NO’였다. 돌고돌아 밀워키로 떠났다. 1+1년 조건에 사인했다. 연봉 1600만 달러에 바이아웃 225만 달러의 조건이었다. 사실상 1825만 달러짜리 1년 계약이다.
‘진작 메츠 제안을 받았어야지.’ 그런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때 이 쿠바 출신은 이렇게 말했다. "최상위 레벨의 포수들이 어렵게 지금의 시장(가격대)을 만들어줬다. 내가 만약 다른 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그걸 훼손하는 일이다. 앞으로 이어질 젊은 선수들을 위해서 이 정도 시장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수는 고달픈 직업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다. 그란달의 얘기도 그 점을 지적했다. 투수는 그렇다 치자. 다른 포지션 플레이어들은 눈부시다. 연평균 3000만 달러 이상도 꽤 나온다. 심지어 4000만 달러도 넘겼다(맥스 슈어저).
유독 홈 플레이트 뒤쪽만 그늘이다. 2000만 달러 넘기가 쉽지 않다. 2021년 JT 리얼무토(필리스)가 5년 1억1550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연평균 2310만 달러다. 조 마우어(트윈스)도 평균 연봉 2300만 달러(8년 1억8400만달러)에 사인했다. 그래봐야 둘의 전체 랭킹은 30위권 정도다.
그란달이 부러워 할 곳이 있다. KBO리그다. 올 겨울도 빅딜이 속출한다. 새로고침 때마다 오피셜이 뜬다. 이제 4년짜리는 평범하다. 6년, 8년도 등장한다. 특히 포수쪽이 찬란하다. 65억, 80억, 152억…. 거침없는 베팅이다. 대어급들이 많은 탓이리라.
좋다. 아낌없는 투자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다만, 한가지.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과연 객관적이냐 하는 문제다. 논리적 모순은 없냐는 의문이다. 일관성이 있냐는 의아함이다.
물론 포수는 중요하다. 수비의 중심이다. 이견이 있을 리 없다. 투수 리드, 볼 배합, 블로킹, 프레이밍, 도루 저지…. 해야 할 일이 많다. 복잡한 기능도 갖춰야 한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걸쳐야 한다. 고되고, 어려운 자리다.
그런데 따져보자. 대부분 포수의 능력치들. 그러니까 평가의 기준 요소들 말이다. 기본적이고, 필수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전력에 결정적이냐는 의문이다. 투수력, 타력 같은 핵심 요소와 비교할 때 말이다.
대표적인 게 볼 배합이다. 아주 흔하게 쓰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객관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변수가 너무 많다. 이를테면 ▶목표한 곳에 제구가 안되고 ▶투수가 원하는 선택도 흔하고 ▶벤치에서 컨트롤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볼 배합이 좋다”는 말은 관념적이다. 수치화나,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이 ▶특정한 대목을 지칭하는 ▶동양적인 개념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것 때문에 다른 포지션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은 불합리하다는 반론이다.
게다가 KBO리그의 추세와도 일관성을 잃는다. 각 구단은 고도의 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세이버메트릭스를 추구한다. 훈련과 게임 전략, 선수 기용에 영향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평가나 연봉 산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거액의 FA계약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시장 논리는 실제 상황이다. 경쟁이 붙고, 베팅이 시작되면 변수가 작용한다. 그러나 그걸 합리성으로 설명하면 곤란하다. 불필요한 포장과 기대감은 배제돼야 한다.
‘우승팀에는 좋은 포수가 있었다.’ 틀린 전제는 아니다. 그러나 논리적이지는 않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좋은 포수가 우승의 절대 조건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왜곡이다. 가격은 품질을 책임지지 않는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