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이런 순정파가 있다. 한화에 FA 계약으로 돌아온 투수 이태양(32)의 친정 사랑은 진심이었다. 돈 더 준다는 팀을 마다하고 ‘친정팀 디스카운트’를 결정했다.
올해 전천후 투수로 SSG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이태양은 보상선수가 필요없는 C등급 FA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원소속팀 SSG는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태양을 떠나보내야 했다. 친정팀 한화를 포함해 4개 팀이 이태양에게 관심을 보이며 영입 경쟁이 붙었다.
이태양의 선택은 한화였다. 4년 총액 25억원으로 계약금 8억원, 연봉 17억원의 조건이었다. 지난 2020년 6월 트레이드로 떠난 팀에 2년 5개월 만에 FA로 복귀했다.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선수가 FA로 돌아온 건 지난 2002년 양준혁(LG→삼성), 2012년 이택근(LG→넥센), 2014년 최준석(두산→롯데) 이후 역대 4번째였다.
이태양의 한화 복귀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화보다 금전적으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다. 불펜 필승조 투수 원종현을 키움에 빼앗긴 NC가 최소 28억원에서 30억원에 이르는 수준의 계약을 제시했다.
프로 스포츠는 철저한 비즈니스 세계. ‘돈’의 논리로 움직인다. 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진심도 결국 금전적 조건이 대부분이다. 한화에 가고 싶었던 이태양의 마음도 흔들렸다. 지난 21일까지 한화가 관심은 표명했지만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기에 이태양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난 22일 FA 강타자 채은성과 6년 최대 90억원에 영입한 한화는 다음 타깃이 투수였다. 이태양을 1순위로 점찍고 준비했지만 지난 20일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음주운전 적발이 드러나 비상이 걸렸다. 당초 계획대로 투수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내야 쪽으로 급선회해서 빠르게 움직여야 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하지만 유격수 FA 자원 노진혁과 김상수의 행선지는 윤곽이 드러난 상황. 각자 협상 구단들과 상황이 진척됐고, 뒤늦게 뛰어들어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손혁 한화 단장은 “알게 모르게 다른 구단들과 진전이 된 선수들을 뒤늦게 쫓으면 오버 페이가 될 수 있다”며 “길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간을 끌지 않은 손 단장은 원래 계획대로 이태양에게 오퍼를 날렸다. 이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이태양 측 관계자는 “어제(22일) 오퍼가 없었다면 (한화와) 계약이 안 됐을 수 있다. 하루만 늦었어도 상황이 바뀌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NC나 다른 팀들과 협상이 급물살 탈 수도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갑작스런 변수에도 계획을 바꾸지 않고 원안대로 움직인 손혁 단장의 빠른 판단이 통했다. 무엇보다 한화의 오퍼를 기다렸던 이태양의 친정 사랑이 결정적이었다. 한화의 제안에 이태양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화답했다. 흥정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NC보다 3~5억원 적은 금액이지만 가족이 머물고 있는 대전, 어릴 때 추억으로 가득한 한화 복귀를 결심했다. 이태양은 “모든 인연은 타이밍이다. 친정팀에 오기 위한 운명적인 게 있었던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래도 사람인데 금전적으로 아깝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이태양은 “돈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그랬다. (트레이드로 한화를 떠날 때)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가슴 속으로 생각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피땀, 눈물 흘리며 뛴 팀에 애정이 컸고, 좋은 추억들도 많다. 비슷한 조건이면 가족 곁에서 마음 편하게 뛸 수 있는 한화에 오고 싶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준 다른 구단에도 진짜 감사하다. 그래도 다시 한화에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저를 다시 데려와주신 박찬혁 사장님, 손혁 단장님께 정말 감사하다. 제가 복이 있긴 한가 보다.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후회와 아쉬움이 무조건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