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핵심 선수를 놓친 이후 패닉 투자인가. 역대 FA 최장 기간 계약 14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나성범(KIA), 올해 양의지(두산)을 떠나보낸 NC 다이노스는 FA 내야수 박민우(29)를 대단한 계약으로 붙잡았다.
NC는 23일 박민우와 2030년까지 계약 기간 8년(5+3년), 최대 140억원에 FA 계약을 합의했다. 세부적으로는 보장 5년 최대 90억원(옵션 10억원 포함), 이후 (3년)계약 실행을 포함한 총 옵션은 50억원이다.
박민우는 우투좌타 내야수로 2012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로 입단한 NC 창단 멤버다. NC가 1군에 진입한 2013년부터 올해까지 통산 1038경기에 출장해 1189안타 392타점 706득점 도루 217개를 기록했다.
통산 타율이 3할2푼으로 KBO 역대 6위(현역 4위)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컨택형 교타자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는 등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지녔다. 데뷔 때는 실수가 잦았지만, 2루 수비도 수준급으로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박민우는 내년 만 30세로 젊은 편이다. 4년 이상의 장기 계약은 일면 이해가 된다. 두 번째 FA 권리 행사까지 붙잡기 때문에 금액은 더 늘어났다.
박민우는 올해 104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6푼7리 4홈런 38타점 61득점 21도루 출루율 .351, OPS .710으로 부진했다. 지난해도 50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 1홈런 18타점 30득점 12도루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출장 정지 징계(KBO 72경기, 구단 25경기)를 받느라, 올해 5월초에 복귀했다. 최근 두 시즌은 공백기간으로 인해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동년배 선수 중에서는 톱클래스로 꼽힌다. 스프링캠프부터 제대로 준비한다면, 내년 시즌 다시 반등이 기대된다.
그런데 계약 기간 8년이면 30~37세 기간이다. 덩치가 작은 컨택형 내야수는 30대 중반을 넘어가면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 공수에서 움직임이 많은 선수라면 서른 중반이면 신체 스피드가 떨어지고 더욱 그럴 우려가 있다. 과거 정근우, 오재원을 보면 35세 이후 성적에서 내리막을 그렸다.
34세까지 5년 계약을 마치면 베스팅 옵션으로 이후 3년 50억원 계약이 실행된다. NC는 계약 4년째와 5년째 옵션을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베스팅 옵션을 따낸 경우, 35~37세 시즌의 기량이 관건이다.
NC는 나성범이 6년 최대 150억원에 KIA로 떠나는 것을 붙잡지 못했다. 4년 전에 4년 125억원에 영입했던 양의지가 지난 22일 4+2년 최대 152억원에 친정팀 두산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막지 못했다.
나성범과 양의지는 한 방에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거포, 4번타자를 책임질 수 있는 OPS형 타자다. 두 핵심 선수를 놓친 NC는 140억원이라는 거액을 똑딱이 타자에 투자했다.
지난해 NC는 나성범을 잃고, 박건우(6년 100억원)와 손아섭(4년 64억원) 2명을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장타력 보다는 안정적인 3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교타자다. 박민우까지 교타자 일색. 타선에서 거포 공백을 어떻게 보완하느냐 숙제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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