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의 은퇴가 베어스 왕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촉발제가 됐다. 양의지는 그렇게 복수 구단의 제의를 뿌리치고 친정 두산 복귀를 택했다.
두산은 지난 22일 오후 ‘포수 FA 최대어’ 양의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4+2년 최대 152억원으로, 조건은 첫 4년 계약금 44억원, 연봉 총액 66억원에 2026시즌 종료 후 인센티브 포함 2년 최대 42억원의 선수 옵션이 포함됐다. 내년이면 36살이 되는 양의지는 역대 최고 대우와 함께 최대 41살까지 현역 생활을 보장받게 됐다.
이번 스토브리그서 양의지를 원한 건 두산뿐만이 아니었다. 원소속팀 NC를 비롯해 한화, KIA까지 영입전에 참전하며 역대급 머니 게임이 전개됐다. 특히 두산, NC, 한화 모두 4년 전 FA 계약 규모인 125억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며 이른바 ‘양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금액만 놓고 보면 양의지는 어느 구단을 택하든 두 번째 FA 대박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친정 두산이었을까. 양의지는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래도 6년이라는 시간을 주신 게 컸다. 선수생활을 길게 할 수 있는 조건에 끌렸다. 여기에 우리나라 최고 대우였다”라며 “아울러 두산 팬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SNS 메시지를 많이 주셨다. 물론 NC 팬들도 많이 주셨지만 약속을 못 지켰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두산 관계자와의 통화를 통해서도 양의지의 두산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양의지는 친정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한 올해 창단 첫 9위에 머무른 친정을 보며 과거 우승을 함께 해냈던 김재호,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과 베어스 왕조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마음 뒤에는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왕조의 캡틴 오재원이 있었다. 2015년과 2016년 함께 베어스 왕조의 서막을 열었던 친한 동료이자 선배가 떠나는 모습이 왕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양의지는 오재원 은퇴식 당시 영상 편지를 통해 캡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두산 관계자는 “양의지가 예전 동료들과 두산 전력을 다시 한 번 상승시키며 은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 보였다. 얼마 전 오재원이 떠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하더라”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실제로 양의지의 왕조 재건 의지는 강해 보였다. 그는 “내년부터 두산이 잘 되기 위해선 김재호,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 과거 함께했던 선수들과 잘 뭉쳐서 후배들을 한마음으로 모아야한다. 우리가 했던 걸 그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인식시켜줘야 잘할 수 있다. 우리 역할이 중요하다. 사소한 것부터 잘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과거 양의지가 NC로 떠날 때의 두산이 아니다. 왕조의 주역들이 대거 팀을 떠났고, 올해 잇따른 전력 유출 속에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었다. 이제는 이승엽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로운 왕조의 서막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양의지가 있다.
종신 두산맨을 선언한 양의지는 “좋은 대우를 해주신 박정원 구단주님 이하 두산 구단에 감사드린다. 팬들의 염원에 보답하기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라며 “목표는 하나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두산 베어스 재도약을 위해 모든 힘을 보태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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