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육성선수로 시작해 중심타자로 성장한 채은성(32)이 한화 역대 최고액 대우를 받으며 대전으로 터전을 옮겼다.
채은성은 22일 한화와 6년 최대 9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36억원, 연봉 44억원, 옵션 10억원으로 총액 90억원 규모. 연평균 금액으로는 지난 2015년 11월 4년 84억원에 FA 계약한 내야수 김태균, 투수 정우람이 높지만 총액 기준으로는 채은성이 한화 역대 최고액이다.
전날(21일) 원소속팀 LG로부터 최종 제안을 받은 채은성은 고심 끝에 한화 이적을 결심했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는 LG는 채은성에게 큰 베팅을 하기 어려웠다. 마음을 굳힌 채은성은 22일 아침 에이전시 관계자들과 함께 대전으로 내려왔고, 한화 구단 사무실을 찾아 정식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박찬혁 대표이사, 손혁 단장 등 한화 구단 수뇌부들의 환대 속에 계약 촬영을 마친 뒤 마무리캠프 훈련 중이던 선수들에게도 첫 인사했다.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은성은 “한화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 가치를 높이 평가해준 박찬혁 대표이사님과 손혁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영광이고 또 많이 설렌다”며 “단장님께서 협상 초반부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팀에서 제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충분히 들었다. 구단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14년간 몸담은 LG를 떠나는 게 절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채은성은 “최종 결정은 어제 저녁에 했다. FA를 처음 경험했는데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LG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팀에 애정이 큰 게 사실이었다. (오퍼를) 기다리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고 여러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LG에 드래프트 지명을 받고 간 게 아니라 육성선수부터 단계를 밟아가며 커왔기에 더욱 자부심이 있었다”며 “LG는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고 성장시켜준 팀이다. LG의 좋은 지도자 분들과 스태프들을 만난 덕분이다. LG를 떠나게 된 건 아쉽지만 팬 분들께서 보내주신 응원은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감사했다. 이제 트윈스 유니폼은 입지 못하지만 야구 선수 채은성을 계속해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제는 한화맨으로 새출발이다. 순천 효천고 출신 채은성은 그동안 한화와 인연이 있었던 것도, 대전에 따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족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결정이다. 그는 “아내가 제 선택을 존중해줘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며 “에이전시(유니버스 스포츠 매니지먼트)에서 많은 신경을 써주신 덕분에 좋은 계약을 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대전은 낯설지만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14년 6월21일 대전 한화전에서 윤규진(현 한화 잔류군 코치)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장식한 곳이다. 채은성은 “대전에서 첫 홈런도 기록하고 좋은 기억들이 많다”며 “한화에서 좋은 조건으로 불러주신 만큼 그 안에 책임감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고참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화에는 젊고 활발한 후배들이 많은데 같이 재미있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